바이든 거부권 행사 기한 'D-10'..반전 노리는 SK이노베이션

김영수 2021. 4. 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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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특허침해 승소로 배터리 소송전 돌발변수 발생
11일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시한 앞두고 SK이노베이션 총력전
거부권 불발시 조지아주 1공장 철수 검토..투자계획도 철회 배수진
영업비밀 침해 협상 지지부진 속 바이든 거부권 행사여부 촉각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에 조치한 ‘10년 수입 금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현지시간 1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지지부진한 양측 협상이 더 늘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첫 승기 잡은 SK이노, 반전 꾀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과 벌이는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와 별개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은 독자적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특허침해 소송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파생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막판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다. 그간 궁지에 몰렸던 SK이노베이션으로선 반전을 꾀할 승기를 잡으며 말 그대로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가능해진 셈이다.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모든 네트워크를 가동해 거부권 행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미국 환경보호 전문가인 캐롤 브라우너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데 이어 최근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내 사업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 이어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인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현지로 날아갔다.

나아가 SK이노베이션은 배수의 진을 쳤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발된다면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컨설팅사로부터 조지아 공장 관련해 이전·기회 비용 등을 컨설팅 받아 이를 이사회에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공장 건립에 지금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유럽으로 이전하더라도 그 기회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 부지는 조지아주가 무상 제공했고, 생산라인 설비 이전 비용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1공장은 본격 양산에 앞서 시험 생산에 들어갔으며, 2공장은 건립 초기 단계여서 거부권 행사 기한을 앞두고 공정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불발로 SK이노베이션이 실제 미국에서 철수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협상은 사실상 필요 없어진다”며 “구체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 민사소송이 남아있지만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매출이 ‘0’이어서 배상액 산정 결과를 놓고도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도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 천문학적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 문제와 단일공급선(sole vender)·독점화 등 복잡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만남…‘안갯속’ 협상

양측 입장이 팽팽하다보니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 이후에도 협상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조기 협상 압박 등에 지난달 5일 권영수 LG그룹 부회장과 장동현 SK(034730)㈜ 사장이 양측 대표로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등을 돌렸다. 양측은 지난달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송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LG화학 주총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중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며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다음날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총에서 김준 총괄사장도 “ITC가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kys7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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