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도 챙겨왔는데 주사 놓은 줄도 몰랐네"

2021. 4. 1. 12: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일 오전 7시30분께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로 서울 성동구청 앞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 예닐곱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와서 백신 접종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들이다.

이날부터 전국에서 75세 이상 노인 350만여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연령과 상관없이 노인시설 입소·이용자 및 종사자 약 15만명도 전국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 49개소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접종 첫날
접종 시작 1시간 전부터 기다려
"독감접종도 해봤지만 아프지 않아"
동반 보호자 "걱정 반 안심 반"
1일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화이자 사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 접종 시작 전에 노인들이 예방접종센터를 찾아 대기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

1일 오전 7시30분께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로 서울 성동구청 앞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 예닐곱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와서 백신 접종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들이다. 접종을 앞둔 신창식(79) 씨는 “8시20분까지 오라고 해서 걸어서 7시30분까지 미리 왔다”며 “혹시 몰라 ‘타이레놀’까지 챙겨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전국에서 75세 이상 노인 350만여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연령과 상관없이 노인시설 입소·이용자 및 종사자 약 15만명도 전국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 49개소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성동·성북·노원·동작·송파·중랑·은평구 7개구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오전 8시께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지자체별로 접종 동의를 받으면서 노인들의 접종일시를 조정했다. 이날 성동예방접종센터에서는 마장동 거주 노인들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대상 노인들은 예방접종센터에서 체온을 재고, 예진표를 작성한 뒤 주사를 맞았다.

접종 후에는 지정 대기장소로 가 30분 동안 경과를 지켜보다 귀가할 수 있도록 의자 100여개가 마련돼 있었다. 한쪽에는 쉴 수 있는 간이침대 4개가 있었으며 소방공무원 등이 이상 반응 발생 시 응급처치 및 이송을 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다.

성동구청 측은 노인들에게 30분 후에 울리도록 설정한 진동벨을 각각 지급하고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의자 옆 벨을 누를 것을 안내했다.

이날 성동예방접종센터에서는 국가유공자인 홍건호(92) 씨와 유준식(79) 씨가 처음으로 백신을 맞았다. 국가유공자 벨트에 배지를 모자에 달고 온 홍씨는 “6·25도 겪었는데 주사가 대수냐”며 “맞고 죽으나, 안 맞고 죽으나 같다면 맞아야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홍씨와 같이 기다려왔던 접종을 마친 노인들은 홀가분해 했다. 유씨는 연신 “기분 좋다”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맞고 싶어 신청했는데 나라에서 잘해주니 백신을 맞아야 하지 않겠냐”며 “(지인들에게) 접종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춘자(76) 씨도 “독감, 폐렴구균 등 여러 예방접종을 해봤지만 가장 아프지 않았다”며 “팔을 문지르라고 해서 ‘주사 놓은 거냐’고 물어봤다. 바늘이 들어가는 줄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노인들과 달리 일부 가족들에게서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씨는 “당연히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식들은 맞지 말라고 만류하기도 했다”며 “같이 오겠다는 걸 말리고 챙겨주는 약만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접종 후 대기 중인 어머니 김희진(84) 씨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외투를 입혀주던 40대 A씨는 “접종을 해 걱정 반, 안심 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셔서 혼자 보내기 걱정돼 직장 출근 전에 모시고 왔다”며 “다행히 오늘 아들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겠다고 해서 어머니가 혼자 계시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성동예방접종센터에서는 180여명이 접종을 마쳤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상 반응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주소현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