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새 역사' 차상현 감독 "팀워크가 기량 넘어서길 기다렸죠"

강홍구 기자 2021. 4.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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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다른 선배 감독님께 '원래 우승하면 이런 기분이냐'고 여쭤봤다니까요. 아직도 오묘하고 그러네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47)은 여전히 얼떨떨한 듯 보였다.

차 감독은 "여자 배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다. 대견하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차 감독은 "'집이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속 좁으면 같이 못 산다'는 말처럼 팀워크를 위한 서로의 배려와 희생은 필수다. 어느 순간이 되면 팀워크가 기량을 넘어선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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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좁으면 같이 살 수 있어도, 속 좁으면 못 산다는 말처럼
팀워크와 화합을 가장 중시"
10년전 담배 끊고 연습장 의자 없애.. 스스로 변화하며 배려-희생 노력
"최선 다한 흥국 김연경 높게 평가"
2020∼2021시즌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한 시즌 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 동시 석권)을 달성한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앞)과 세터 이원정, 리베로 한수진, 세터 안혜진, 레프트 유서연(뒷줄 왼쪽부터)이 31일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한 시즌 동안 고생한 차 감독의 등을 두드려 달라는 요청에 선수들이 신이 나서 웃고 있다. 활짝 핀 표정이 영락없는 한 팀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죽하면 다른 선배 감독님께 ‘원래 우승하면 이런 기분이냐’고 여쭤봤다니까요. 아직도 오묘하고 그러네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47)은 여전히 얼떨떨한 듯 보였다. 전날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하며 여자부 최초 트레블(treble·어떤 일을 세 배로 해내다는 뜻으로 한 시즌 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 동시 석권)을 달성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휴대전화에 울려대는 전화, 축하 문자와 함께 ‘No one is bigger than the team’(팀보다 위대한 이는 없다) 문구가 새겨진 우승 기념 티셔츠가 지난 밤 희열이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차 감독은 “여자 배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다. 대견하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힘겨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김연경 선수(흥국생명)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며 상대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 의자가 없는 GS칼텍스 팀 체육관

2013∼2014시즌 이후 7년 만에 GS칼텍스가 챔프전 트로피를 들 수 있었던 건 차 감독이 뿌리내린 ‘팀워크’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 감독은 프로 출범 전인 2004년까지 삼성화재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대학(경기대) 시절부터 지도자의 길을 준비해 온 그는 선수, 코치로 신치용(전 삼성화재 감독), 김호철(전 현대캐피탈 감독), 신영철(우리카드 감독) 등 명장들과 인연을 맺으며 자신만의 지도 원칙을 만들었다.

일례로 경기 가평군에 있는 GS칼텍스 팀 체육관 연습코트에는 의자를 두지 않았다. 차 감독은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이라고 의자에 앉아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매 시즌 고참 선수들과 의논해 벌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컨디션 관리를 하지 못해 팀 훈련에 빠지거나 지각할 경우 많게는 수십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자체 규정이다. 차 감독도 매년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있다.

여기에 2011년 남자부에서 여자부 지도자로 넘어오면서 20년간 피우던 담배를 하루 만에 끊는 등 스스로의 변화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러면서 선수단과의 신뢰도 점점 쌓여갔다. 차 감독은 “‘집이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속 좁으면 같이 못 산다’는 말처럼 팀워크를 위한 서로의 배려와 희생은 필수다. 어느 순간이 되면 팀워크가 기량을 넘어선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남자부 시절 화끈한 성격으로 ‘차보스(차상현+보스)’로 불리던 그는 이제 영화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악당 타노스를 닮았다며 GS칼텍스 선수들에게 ‘차노스’라는 애칭을 얻었다.

○ 올바른 지도자는 스스로 만들어야

간절히 원하던 통합 우승의 꿈은 이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감독실에 직접 붙여 둔 ‘훌륭한 지도자는 남이 만들지만 올바른 지도자는 스스로 만든다’는 문구가 곧 차 감독의 목표다. 차 감독은 “성적이 좋으면 훌륭한 지도자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올바른 지도자는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더 좋은 배구를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소영, 강소휘 등 내부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선수 러츠의 잔류 등 내년 시즌을 위한 숙제들이 쌓여 있다.

울산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낚시를 즐긴 차 감독은 “낚시와 감독의 공통점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난만 하고 재촉만 해서는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할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선수들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당장 FA 계약을 마친 뒤 그동안 못 한 낚시를 떠날 계획이라는 차 감독에게서 또 다른 만선의 꿈이 느껴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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