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제주 오가며 농사?..의원 부부의 머나먼 농지
[뉴스데스크] ◀ 앵커 ▶
경자유전, 헌법은 농사를 제 손으로 짓는 농부만 농지를 갖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농사를 짓겠다는 거짓 서류만 내면 누구나 농지를 가질 수 있다 보니, LH 사태까지 터진 겁니다.
그럼, 요즘, 공무원과 LH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어떨까요.
80명, 그러니까 의원 4명 중 한 명이 농지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진짜 농부인지, 저희가 이 여의도 농부의 실태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1등 땅부자 의원들 얘기입니다.
한 의원 가족이 막대한 농지를 갖고도 농사를 짓지 않다 적발돼서 처분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로 의원 중 최고 땅 부자이면서 이해충돌 의혹으로 국민의 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입니다.
먼저, 백승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일대의 농지.
주인은 3선 의원인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배우자 최 모 씨입니다.
최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이곳에 논밭 22필지, 3만 1천 제곱미터를 사들였습니다.
최 씨의 농지 매입은 남편의 첫 당선 이후인 2014년까지 계속돼, 현재 신고한 가액만 5억 원이 넘습니다.
농지를 살 때 제출해야 하는 농업경영계획서.
최 씨가 낸 계획서를 보니, 서울 집에서 홍천까지 70km 거리를 오가며 직접 약초 농사를 하겠다, 조경 나무를 심겠다, 심지어 벼농사도 짓겠다고 돼 있습니다.
이 계획은 얼마나 이행됐을까.
최 씨 농지를 가보니 농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잘리거나 부러진 나무들만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 땅이 원래 각종 농사를 짓던 곳이었지만, 최 씨가 추진하던 골프장 건설이 주민 반대로 무산되자, 그냥 방치돼왔다고 말합니다.
[방경순/홍천군 구만리 전 이장] "<농사하겠다 해서 땅 팔아라?> 그렇죠. 그때 노인네들은 아주 철석같이 믿고 있었지. <그럼 그 뒤로 농사를 지었어요?> 짓긴 뭘 지어요, 안 지었지."
지난 2019년엔 홍천군이 최 씨에게 농사를 안 짓고 있으니, 농지 가운데 14개 필지는 팔라는 처분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최 씨는 바로 나무를 심어 일단 강제처분을 피했습니다.
[홍천군 북방면 농지담당 공무원] "꼼수로 볼 수도 있고. 사실 여기다가 무, 감자 심으라고 그런 것도 현지 상황에서는 안 맞잖아요. 야생동물 때문에 다 안 되는데."
최 씨의 농지는 강원도만이 아닙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3천 제곱미터 넘는 과수원 땅도 2002년에 사들였습니다. (3,382제곱미터, 2억 6천만 원)
당시 최 씨의 주소는 서울 잠실이었는데, 섬을 오가며 농사짓겠다고 한 겁니다.
실제 농지에 가보니, 감자가 싹을 내놓고 있습니다.
농지법상 소작을 주는 건 금지돼있는데, 누가 농사를 지었을까.
[인근 주민] "세 받아서 하는지 아무튼 (농사짓는 사람이) 주인은 아니래. 농사꾼이야 농사꾼 완전. 우리는 원주인은 한 번도 못 봤고."
박덕흠 의원에게 농지를 처분할 계획이 있는지, 부인이 제주도에서 직접 감자 농사를 하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박 의원 부부가 제주와 강원, 서울, 경기에 갖고 있는 토지만 220억 원어치.
공시가격으로 제곱미터당 1만 5천 원 정도 하던 제주 농지는 지금은 7만 6천 원이 넘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권혁용, 강종수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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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기자 (swpai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35471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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