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점검]① 60여 명이 나눠 땅 구입.."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윤경재 2021. 3. 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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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KBS창원은 경남의 주요 개발사업의 투기 의혹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김해 율하 주거복합단지 개발사업을 들여다봤더니,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수법이 드러났습니다.

1필지에 적게는 20명, 많게는 40명이 나눠 사들였는데, 이들은 왜 땅을 쪼개고 쪼개 샀을까요?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해 장유 율하2지구의 대형 아파트 단지와 접한 땅입니다.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율하 배후 주거복합단지, 지난 2017년 8월 개발이 본격화됐습니다.

매매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직전인 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돼지 축사로 악취 민원이 잇따르던 곳이어서 거래가 뜸하던 중, 갑자기 매매 세력이 밀려든 겁니다.

[김해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누가 그때 뒤에 돈사 있는데 누가 그걸 삽니까?"]

지구 안 필지는 모두 75필지, 사업자인 김해도시개발공사가 매입한 32필지의 등기를 모두 살펴봤습니다.

628㎡, 200평도 되지 않는 1필지의 도로 터를 산 사람은 무려 44명.

바로 옆 53㎡의 밭 1필지도 44명이 지분을 나눠 샀습니다.

지목이 산인 한 필지도 주인이 44명입니다.

69명이 지분을 쪼개 사들인 임야와 농지는 전체 개발 면적 8만 4천여 ㎡ 가운데 30%가 넘는 3만 천여 ㎡!

많게는 44명, 적게는 20여 명이 10개 필지를 지분을 나눠 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땅을 잘게 나눠서 샀을까?

세금을 줄이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예를 들어 비사업용토지 과세표준에 따라 1억 원 수익을 남긴 땅 5곳을 팔았다면 1억 2,890만 원의 세금을 내지만, 5억 원 수익을 남긴 땅 1곳을 팔면 2억 2,46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같은 차익을 남겨도 지분을 나눠 규모가 작은 땅을 여러 개 사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겁니다.

[김해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양도소득세는 전체 금액이 줄어드는, 쪼개면 1명이 가지는 것보다는 유리하겠죠. 절세가 되긴 되겠죠."]

율하 배후단지는 신공항·항만과의 접근성, 장유 율하의 편의성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서 투자 유망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배후단지의 점포 주택 분양가는 3.3㎡당 500여만 원으로 알려졌는데, 주변 시세는 600만 원에서 천만 원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보상을 돈 대신 땅으로 받는 대토보상을 받았다면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요. 매수 시세는 계속 받쳐주고 있거든요. 투자자들이 계속 들어와요."]

땅을 구입한 이들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농사를 짓거나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목적으로 지인들과 함께 샀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분을 나눠 땅을 산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서다은·김대현/그래픽:박부민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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