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무분별한 해루질에 해녀, 다이버 갈등 극에 달해

문준영 2021. 3. 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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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밤에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 등을 잡는걸 해루질이라고 하는데요,

최근 제주에서 이 해루질이 수상레저 활동으로 유행하면서 동호회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루질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마을 앞바다, 어장을 사이에 두고 주민과 다이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장K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해안가.

바닷속에서 선명한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다이버 3명이 얕은 바다에서 '해루질'을 하는 겁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다이버를 불러 현장을 검문합니다.

어망에는 문어 서너 마리만 담겨 있을 뿐, 위법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누군가 해루질을 하면 해경이 출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해루질 다이버/음성변조 : "몇몇 사람 때문에 저희가 완전히 이상한 사람이 되고, 해루질하는 사람은 도둑놈이 되고."]

같은 날 서귀포시의 한 마을.

어촌계장과 해녀들이 밤에도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조금 전까지 무분별한 해루질이 있었다며 출동한 해경에게 언성을 높입니다.

[고승철/법환 어촌계장 : "레저 활동인데 과연 어제 오고 오늘 와서 10개 20개 잡고 가면 그분이 다 먹으려고 레저 활동하는 것이냐."]

최근 한 어촌 마을에선 집회를 열고 해루질에 대한 극도의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최근엔 해녀와 다이버 간 실랑이가 격화돼 경찰이 모 다이버를 협박 혐의로 입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학신/법환 해녀회장 : "갈등이 매우 심각합니다. 우리는 옛날부터 우리 바다를 지켜 와서 우리가 씨도 뿌리고 청소도 하고 맨날 바다 지키잖아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과 사진입니다.

싱크대에 문어가 가득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잡은 생선 등을 보관하는 상자에도 문어가 한 가득입니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다이버들은 이처럼 일부의 무분별한 채취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해루질 다이버/음성변조 : "해녀 분들은 생업이고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그걸로 가족을 먹여 살렸고 그 삶을 건드리면 당연히 안 되는 거죠. 지금 이렇게 시끄러워진 이유가 그걸 잡아서 자꾸 팔아버리니까."]

제주 지역 맨손어업 신고자는 300여 명.

이들은 소라나 전복, 해삼 등을 제외하고 오징어나 문어, 어류 등을 잡거나 팔 수도 있어 위법이 아닙니다.

그런데 해루질을 할 때 어촌계와 협의를 하거나 마릿수에 제한이 없다 보니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금지된 어구를 사용하지 않는 한 해루질로 수산물을 채취해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 해경이 출동해도 갈등을 중재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해루질을 하는 다이버나 주민들은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제주도나 해경, 해수부 등이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관국/다이버 :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어떠한 장이 있으면 대화를 해서 서로 적대시 안 하고. 빨리 대화했으면 좋겠어요."]

[김찬수/구엄리 어촌계장 : "계속 서로가 윽박지르고 싸우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걸 같이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다이버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한 해루질로 논란이 있는 동호회 측은 경제적인 활동이라며 공론의 장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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