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 실점률 보여주마" 38세 '거미손' 김영광

피주영 입력 2021. 3. 31. 18:38 수정 2021. 4. 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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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고령 성남FC의 수호신
팀 막내가 태어난 2002년에 데뷔
리그 최소실점에 팀은 선두 싸움
등번호처럼 41살 넘어서도 뛸 듯
K리그 최고령 김영광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0점 실점률을 꿈꾼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거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위풍당당하게 골문을 지키는 그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프로축구 K리그1 성남FC 골키퍼 김영광(38) 얘기다. 1983년생인 그는 K리그 최고령 선수(염기훈, 김광석 동갑)다. 올 시즌이 데뷔 20주년. 팀 막내인 골키퍼 정명제(19)가 태어난 2002년 데뷔했다.

김영광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K리그 맏형이 될 때까지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여유 부린 적이 없다. 선발로 나서기 위해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준비했다"고 말했다. 데뷔 이래 여러 번 팀을 옮겼어도 주전을 놓친 적이 없는 그의 말투에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김영광은 올 시즌 성남 돌풍의 중심이다. 지난 시즌 10위 성남은 이번에도 강등권 팀으로 평가됐다.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예상이 빗나갔다. 성남(승점 11)은 2021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다. 우승 후보 전북 현대(승점 14), 울산 현대(승점 12)와 선두 경쟁 중이다. 6경기에서 3골만 내준 철벽 수비가 비결이다. 리그 최소 실점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울산, 2012년), 올림픽 8강(04년), 월드컵(06, 10년)을 경험한 백전노장 김영광이 그 중심이다. 그는 경기 내내 수비진을 향해 뭔가 지시한다. 사령탑 역할이다. 그래서일까. 늘 목이 쉰 상태다. 위기 때는 직접 나선다. 올 시즌 김영광의 선방률은 82.4%다. 5경기 이상 소화한 골키퍼 중 2위다.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는 3회로 조현우(울산)와 공동 2위다. 골키퍼로는 꿈의 수치인 0점대 실점률(0.5실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필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를 보면 '죽어도 골 안 먹는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영광은 얼굴에 맞는 한이 있어도 공의 궤적을 끝까지 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김영광 노익장 비결은 쉼 없는 노력이다. 그의 키는 1m83㎝로, 2m급 장신 골키퍼가 즐비한 현대 축구에서 작은 편이다. 살아남기 위해 더 빨리 몸을 던지고, 더 높이 뛰어야만 했다. 20대 땐 밤마다 5시간씩 줄넘기 2단 뛰기를 수천 개 했다. 점프와 순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요즘도 특별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백민철 골키퍼 코치 도움으로 얼굴 정면으로 날아오는 강슛을 눈을 감지 않고 쳐내는 연습을 한다. 동체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얼굴에 맞는 한이 있어도 공의 궤적을 끝까지 본다. 김영광은 "슈팅은 빗맞거나 수비 맞고 굴절되기 일쑤다. 끝까지 봐야 막는다. 지금도 실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김영광은 20년째 몸무게가 86~87㎏이다. 이 몸무게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다. 20대 못지않은 근육질 몸매다.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그는 주전 골키퍼 상징인 등 번호 1번 대신 41번을 단다. 신인 때 등 번호다. 그는 "지난해 성남에 입단하면서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신인 때 번호를 택했다. 41번을 보며 이를 악문다. 이러다 41살까지 현역으로 뛸 거 같다"며 웃었다.

김영광은 통산 524경기에 출장했다. K리그 역대 4위다. 올 시즌 내 3위 최은성(은퇴, 532경기)과 2위 이동국(은퇴, 548경기)을 넘어설 전망이다. 김영광은 "이기는 데 모든 걸 걸겠다. 실점률이 낮으면 팀 상승세는 이어질 거다. 38세이라도 0점대 실점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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