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 '반성문' 쏟아낸 민주당..보선 넘어 대선까지 '위기감'

박광연 기자 2021. 3. 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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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20·30대 청년층에 대한 ‘반성문’이 잇따라 쏟아졌다. “청년들의 절규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시작해 “과거 세대보다 훨씬 유연한 것이 장점”이라며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에 우호적이라고 믿었던 청년층의 이탈이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해답은 ‘공정’이라는 가치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20·30대 향한 민주당의 ‘반성문’

민주당 내 자성의 목소리는 청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청년 몫으로 당 지도부에 소속된 박성민 최고위원(25)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 청년들의 마음속에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그 외침에, 그리고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격차를 좁혀달라는 청년들의 절규에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충분하게 응답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에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30)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라고 민주당을 믿고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지 못했고 실망감만 안겨드렸다”며 “부동산은 날로 급등하고, 월급 봉투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세상,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건 같이 ‘내부자들’만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청년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고 썼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보궐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5일 자정쯤 첫 선거운동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간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수석대변인을 맡은 강훈식 의원(48)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20·30대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저희가 더 반성해야 하는 문제”라며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그런 면에서 저희가 회초리를 맞아야 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상대 후보의 허물이 이렇게 명백한데도 우리를 지지 못하는 것은 저희의 실천이 20·30대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의 발언은 “20대는 30·40대나 50대보다 경험치가 좀 낮다”는 박 후보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청년을 엑스트라 아닌 주연으로”

청년들을 소홀히 다루며 과거의 틀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 세대가 갖고 있는 ‘특징’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그러면서 청년층의 특징으로 ‘실용주의’와 ‘유연성’이 주로 언급됐다.

박 최고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매번 소환되는 ‘20·30 세대’는 정치권에서 일회용처럼 소비되기 십상이었다”며 “주연이 아니라 엑스트라로 존재했던 청년들을 주연의 자리에 세워 호명하고 만나고 소통하며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유능한 정치,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20·30대의 특징은 과거 세대 선배들보다 훨씬 유연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SNS에 “오늘날의 청년은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이분법을 거부한다”는 글을 올려 정치권의 ‘청년관’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모든 국민들이 그렇듯 청년들 역시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주권자”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청년들이 특정 진영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때그때 민심의 흐름 안에서 기민하게 반응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언행일치의 자세로 실력과 성과로 증명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청년 이탈, 대선까지 갈 수 있다는 ‘위기감’

민주당의 이 같은 ‘반성문’들을 놓고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4·7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인데다가 LH 땅 투기 사태 등 부동산 문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2차 가해’ 논란 등으로 20·30대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나서야 청년층을 향한 ‘자성’과 ‘호소’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 박영선 후보는 20대를 사실상 ‘무상급식 세대’로 규정하며 이들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청년층을 향한 대대적인 메시지에는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여권의 위기감도 담겨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청년들의 여권 지지층 이탈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대거 힘을 실어준 20·30대 청년층은 민주당에게 ‘집토끼’로 여겨져왔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GH 기본주택 홍보관에서 열린 현장방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청년층 지지율 하락은) 단순히 이번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에라도 계속 맞춰나가는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고 본다”며 “저희가 잘하고 또 공정한 자세를 가지고 처리한다면 이후에 다시 또 저희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이 시점에서 ‘청년 메시지’를 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반성문에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와 ‘조국 사태’ 등에서 확인된 ‘불공정’에 대한 청년층의 강한 반감이 최근 LH 땅 투기 사태로 다시 비화됐다는 문제 의식이다.

결국 불공정이라는 화두를 향후 청년층 지지 확보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바라보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불공정을 바로잡고 양극화를 해소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할 때 비로소 책임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청년들 앞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특히 정의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저희가 더 엄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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