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는 "아직도 배고프다"..퀴라소 이끌고 월드컵 예선 '연승'

문상혁 기자 2021. 3. 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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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령 '퀴라소' FIFA 세계랭킹 76위..사상 첫 월드컵 연승
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중앙포토〉

'히딩크 매직'은 북중미의 작은 섬나라에서도 펼쳐집니다. 거스 히딩크(75·네덜란드)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 축구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2022 카타르 월드컵 북중미 1차 예선 C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쿠바를 2-1로 꺾었습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 5-0 대승을 거둔 뒤 2연승인데, 이 경기 승리로 조 1위에도 올랐습니다.

나라 이름도 생소한 '퀴라소'. 네덜란드령 퀴라소는 베네수엘라에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카리브 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네덜란드 왕국을 이루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인구는 약 16만 명으로 우리나라 충청남도 당진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인구가 적지만 야구와 축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야구 선수들도 있고, 퀴라소 축구 대표팀은 세계 랭킹 76위로 북중미의 '다크호스'로 꼽힙니다. 그래도 아직은 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은 없는 '축구 변방'입니다.

74세. 더는 감독을 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히딩크 감독은 다시 지난해 8월 퀴라소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사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었습니다. 2002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4강으로 이끈 뒤 맡은 팀에선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터키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부진 끝에 1년 만에 짐을 쌌습니다. 2018년, 3년 계약으로 중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맡았지만 1년이 조금 지난 2019년 9월에 경질됐죠.

사실상 은퇴할 거란 예상을 깨고 히딩크 감독은 1년도 안 돼 퀴라소 감독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데뷔전을 훌륭하게 장식했습니다. 마치 2002년 우리나라 대표팀처럼 경기 내내 강한 압박과 측면을 활용하면서 5-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 뒤 쿠바마저 꺾고 퀴라소의 첫 월드컵 연승을 만들자 본국인 네덜란드에선 "꿈같은 출발"이라며 주목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을 확정 짓고도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But, I'm still hungry)고 말했던 히딩크 감독. 퀴라소에서도 그랬습니다. "퀴라소가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환상적인 사건일 것"이라는 말로 퀴라소 시민들을 북돋웠습니다.

"현대 축구의 흐름에 뒤떨어졌다." "축구계 주류가 아니다." 일선에서 자꾸 미끄러지자 히딩크 감독에겐 이런 평가가 하나둘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말들을 뒤로하고 자신의 감독 커리어에서 중국 올림픽 대표팀과 함께 가장 약한 팀으로 꼽힐만한 팀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히딩크 감독. 히딩크의 도전이 '축구 변방' 퀴라소를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지, 일단 조 1위로 1차 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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