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에 2000명 투입? 검사들 "남미 마약 소탕하나"

박국희 기자 2021. 3.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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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와 함께 2021년 3월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9일 770명 규모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팀 인원을 1500명 이상으로 2배 확대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 등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겠다는 대응 방침을 밝히자 검찰 내부에서는 “규모만 보면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소탕 부대보다 클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한 달간 경찰 특별수사본부 중심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 지금까지 구속자 한 명 없이 뚜렷하게 드러난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수십명 규모의 특검을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하자고 한 상황에서 정부가 2000명 규모로 수사팀을 확대한 것은 애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 구축을 통해 현재 발생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찾아내 일벌백계하겠다”며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은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경찰, 검찰, 국세청, 금융위 등 유관기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경찰 내 편성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를 1500명 이상으로 2배 확대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은 최대 5배로 환수하고, 투기목적 농지는 강제 처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일선의 한 검사는 “매머드급이라는 770명 규모의 ‘LH 특별 수사단’이 지난 한 달간 어떤 수사 성과를 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쯤이면 큰 수사 줄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이 가능할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지 않나. 770명으로도 안됐는데 2000명으로 늘린다고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770명이 한 달간 수사를 했으면 지금쯤 수사가 끝났어야 하는데 구속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이날 정부의 2000명 수사팀 확대에 대해서도 “멕시코 마약 소탕 부대보다 규모가 클 것 같다” “듣도 보도 못한 수사팀 규모”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정부는 지난 2일 LH 투기 의혹이 처음 표면화 된 이후 ‘패가망신’ ‘명운을 걸겠다’ ‘일벌백계’ ‘법정 최고형 구형’ ‘구속 수사’ ‘투기사범 색출’ ‘대출 추적’ 등 강도 높은 엄포성 발언을 매번 내놓았지만 이에 비해 뚜렷한 수사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전철역이 들어설 지역 인근의 땅과 건물을 미리 샀던 포천시 공무원에 대해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했는데, LH 투기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공직자로서는 경찰이 처음 구속 영장을 신청한 사례였다. 해당 공무원은 29일 오전 영장 심사를 받아 이날 밤 늦게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정책실장이 3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 초기 강제력 있는 수사 보다 국토부 자체 조사에 방점을 둔 정부 대응이 문제라는 법조계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초기 수사 골든 타임에 증거 인멸을 방조해놓고, 이제 와서 민심이 갈수록 악화되자 뒤늦게 2000명 규모로 수사팀을 확대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부동산 투기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은 “중구난방식의 2000명 수사팀으로는 서로 누가 누군지 수사팀끼리 이름도 알 수 없을 텐데 이런 식이면 일이 제대로 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앞서 민주당은 특검을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자고 했는데, 지금까지 역대 최대 규모 특검이라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영수 특검팀조차 100명 남짓 수준이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000명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상황에서 수십명 규모의 특검이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지난 해 ‘검찰 개혁’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해 검찰이 LH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못하도록 막아놓은 여권이 뒤늦게 특검을 주장한 것도 모순”이라고 했다.

애초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형 참사, 방위 산업 등 6대 범죄에 국한하도록 올초부터 조정된 검경 수사권을 시행 중이기 때문에 500명의 검찰 인력을 투입한다 해도 직접 수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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