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도 모자라 이번엔 삼계탕..中 "삼계탕 기원, 중국 광둥식 가정요리"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중국이 김치에 이어 삼계탕까지 자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계탕이 고대 중국 광둥식 가정요리이며 한국에 전파된 후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은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김치 공정'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삼계탕까지 자신들의 문화유산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삼계탕이 광둥식 국물요리?…삼계탕 HS코드는 한국만 관리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는 삼계탕(参鸡汤)이 고대 중국 광둥(广东)식 국물요리라는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두에서 한자로 삼계탕을 검색하면 이같은 내용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뚝배기에 담긴 삼계탕 사진과 함께 '삼계탕은 고려인삼·닭·찹쌀로 만든 고대 중국 광둥식 국물 중 하나로, 한국에 전파된 후 가장 대표적인 한국 요리 중 하나가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심지어 중국은 삼계탕 HS코드 조차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계탕의 HS코드를 관리하고 있다.
HS코드는 모든 상품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국제적 상품분류체계다. 해당 물품의 관세율과 FTA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모든 국제 무역활동의 시작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HS코드 번호 1602.32.1010으로 삼계탕(Samge-tang)을 분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삼계탕을 분류할 수 있는 자국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국제 시장에서 삼계탕이라는 식품을 공인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이 분명해 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에 '삼계탕'을 전파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광둥성 지역에 유사한 형태의 탕요리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덥고 습한 기후 탓에 광둥성에서는 닭·돼지·소고기와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내는 라오훠징탕(老火靓汤)이라는 약선 탕 요리가 발전했다. 그러나 라오훠징탕은 자른 닭고기와 약재를 함께 넣고 끓여 만드는 방식이 더 많이 알려져있는 등 이름부터 조리법까지 삼계탕과는 다른 음식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닭 요리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고, 일제강점기 들어 부잣집에서 닭백숙과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만들어졌다. 1960년대 이후 지금의 삼계탕 형태를 갖췄고, 국내에서 삼계탕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은 1970년대 이후로 보고 있다. 닭고기 안에 인삼·찹쌀·대추를 넣어 뚝배기에 끓여내는 요리법으로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지금의 삼계탕은 근대에 만들어진 한국의 대표 요리라는 설명이다.
◇2016년 韓·中 합의로 삼계탕 중국에 수출
지난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육계협회·주요 수출업체와 협업해 우리 삼계탕을 중국에 처음으로 수출했다. 2015년 한·중 양국이 '삼계탕 중국 수출 검역·위생 조건'에 전격 합의하면서 성사된 일이었다. 이는 우리 축산물의 첫 중국 수출 시장 개척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에 수출하는 삼계탕에 한국산임을 알릴 수 있도록 태극무늬 마크를 넣어 중국산 삼계탕의 위조 판매를 방지하기도 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삼계탕 중량은 Δ2016년 189.6톤 Δ2017년 21.9톤 Δ2018년 38.5톤 Δ2019년 37.8톤 Δ2020년 42.9톤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2016년 대중 삼계탕 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배경이 남다르다. 당시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극중 유시진이 강모연을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는 장면이 방영된 후 한국 삼계탕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도가 급증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중국 대규모 관광객이 삼계탕을 맛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중국 건강 보조제품 제조회사 중마이 그룹 임직원 4000명이 한국에 포상 관광차 방문해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삼계탕 4000인분을 즐기는 대규모 파티를 열기도 했다. 식사 후 태양의 후예 드라마 주제곡을 부른 가수들이 미니 콘서트를 진행할 정도로 큰 행사였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의 한국 문화 왜곡 사례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앞서 판소리와 한복에 이어 최근 김치까지 자국에서 유래한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후 유튜버나 현지 누리꾼이 이슈를 재확산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특히 올해 초 구독자 1000만명이 넘는 중국 요리 유튜버가 배추 김치를 담가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하며 'Chinese Food'(중국 음식)이란 해시태그를 남겨 김치공방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한 중국의 노이즈 마케팅에 빨려들어가면 이슈를 더 크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것, 저것 모두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부족함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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