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지율 35%도 무너졌다.. 4·7 재보선이 레임덕 '분수령' 될 듯 [문재인정부 '레임덕' 가시화하나]
취임후 최악 수치.. "지지층 균열의 의미"
2020년 말 '추·윤 갈등'에도 40%대 지지 견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LH 사태 기름 부어
역대 정부도 친인척·측근 비리로 '직격탄'
文정부, 정책 실패에 기인.. 심각성 더해
잇단 사과·적폐 청산 강조에도 진정 안돼
4·7선거 결과 가속화·제동의 기로 예고
◆文 지지율 ‘35%’ 붕괴…‘3명 중 2명 반대’
한국갤럽이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해 26일 발표한 3월 4주차 주간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34%로 집계됐다. 부정평가 비율은 59%에 달했다. 긍정, 부정평가 모두 취임 후 처음 기록한 최악의 수치다. 한국갤럽은 “작년 12월부터 4개월 가까이 머물던 범위(긍정률 37~40%, 부정률 50~55%)를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분기별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4년 차 4분기의 긍정평가 비율이 38%를 기록하면서 처음 40%선이 무너졌다.
지지율 35% 선 붕괴는 대통령 레임덕 현상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여론조사상 수치가 실제 민심이라면, 국민 3명 중 1명만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35:55의 법칙이 있는데, 부정평가가 60%가 된다는 것은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의미”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추·윤 갈등’의 파열음 속에서도 올해 초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했다. 여권 내에서는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존재하기도 했다. 180석에 육박하는 여권 의석수와 더불어민주당 내 강고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이 같은 해석의 근거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요인이 됐다.
최근 지지율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이다. 3월 초 시민단체들의 의혹 제기 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하락 추세다. 문 대통령이 연달아 사과하고 철저 수사와 땅 투기 적폐청산을 강조했음에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땅투기 의혹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불을 댕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김영삼정부와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임기 마지막의 35% 지지율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집권 후반기 어김없이 벌어진 친인척과 측근 비리는 레임덕 현상에 쐐기를 박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둘째 아들 현철씨를 둘러싼 비리 때문에 고개를 숙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차남 홍업씨와 셋째 홍걸씨가 구속되면서 급격히 악화한 여론과 마주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노건평씨,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형 이상득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헌정 사상 첫 탄핵 인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는 없지만, 정책 실패로 국민의 비판에 직면했다. 지지율 하락 신호를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떨어지는 추세가 강하고 단기간에 반전할만한 요소가 없다. 심각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역대 다른 대통령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했고 탄탄한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이 떨어지는 폭이 좁다고 해도 청와대에 미치는 강도는 세다”며 “그동안 누적된 내상이 안으로 심하게 곪아 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았다. 홍 소장은 “수습은 국정 책임자가 나서서 해야 한다”며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설문을 읽었더니 기자회견장에는 기자 한명만이 졸고 있고, 직원들을 대신해 백악관 전화를 받고, 시간이 남아돌아 잔디 깎기를 돌리는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서 ‘레임덕’에 걸린 자기 자신을 풍자하는 짤막한 개그성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연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방송에 출연해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고 다들 자기를 무시하는 상황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레임덕’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장면이다. 레임덕 현상은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미국에서 가장 먼저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1860년대 링컨 전 미국 대통령 시절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던 용어로 전해진다.
임기 제한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특성상 ‘레임덕(Lame duck)’ 현상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총리들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갈아치워서 주기적으로 안 보일 뿐이지 선출직들은 다 레임덕 현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임기제하에서도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후임 권력자의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경우다. 이런 현상을 ‘마이티덕(mighty duck)’이라고 부른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브라질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복지제도를 확충한 그는 임기 말까지 지지율 80%대를 유지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자신의 힘으로 후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퇴임 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실형 선고를 받아 구속까지 됐지만 브라질 대법원이 피선거권을 회복시켜서 2022년 브라질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레임덕’ 현상이나 ‘마이티덕’ 현상 모두 국민의 지지가 권력 운용의 시작과 끝이라는 민주주의 체제의 운영 원리를 보여준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잘못했으면 정권이 바뀌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아니겠는가”라며 “잘못했으니 지지율이 떨어지고 선거에서 진다고 해야 반성도 하고 독주와 오만도 하지 않게 된다. 국민 전체 입장에서 보면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좋은 시그널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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