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감찰, 수사 대상인 '兩은정'이 맡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한명숙 전 총리 정치 자금 수수 사건’의 수사·공판 과정 등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에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감찰 실무를 맡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두 검사는 노골적으로 친(親)정권 성향을 드러낸 인물인 데다, 과거 감찰 과정에서 탈·불법 혐의가 제기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름이 같아서 검찰 내 ‘양(兩)은정'으로 불린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 고위 간부회의에서 ‘한명숙 사건’ 위증 교사 의혹을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박 장관은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트집을 잡아 다시 합동감찰을 지시했는데, 수사 대상인 두 사람에게 감찰 실무를 맡기는 것이야말로 ‘절차적 정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와 대검은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합동감찰 역할 분담,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는 첫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 박은정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에서는 박 담당관과 감찰담당관실 검사 2명이, 대검에서는 허정수 감찰 3과장과 임 감찰정책연구관이 들어갈 예정이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 위증 의혹 사건 주임 검사였던 허 과장은 지난 5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결국 법무부에서는 감찰 실무 책임자인 박 담당관이, 대검에서는 임 연구관이 이번 합동감찰의 ‘주포’가 되는 셈이다.
박 담당관은 작년 말 ‘윤석열 징계’ 국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윤 전 총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 의뢰 등을 주도하며 각종 불법·탈법 논란을 일으켰다. 작년 11월 상관인 류혁 감찰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윤 전 총장 대면 감찰을 시도한 것은 물론이고, 윤 전 총장을 대검에 수사 의뢰하면서도 류 감찰관 결재를 받지 않았다. 이후 부하 검사가 ‘윤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감찰 보고서를 작성하자 그 부분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감찰 과정에서 수차례 불법적 조치와 지시를 한 혐의(직권남용)로 고발돼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 김재하)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감찰 사실을 숨기고 ‘채널A 사건’ 수사팀으로부터 윤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이의 통화 내역을 입수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도 고발돼 수사를 받는 중이다.
임 연구관 역시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 불기소 처분 과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고발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김형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임 연구관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측 재소자 증인을 형사 입건하겠다는 저와 불입건이 맞는다는 감찰3과장,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는데 총장이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박철완 안동지청장은 지난 24일 검찰 내부망에 “수사책임자(허 과장)의 의견은 사건 종국(종결) 결정이 내려지기 전 누설되면 안 될 수사기관 내부 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 2007년 대법원 판결”이라며 “임 연구관은 행위에 상응하는 형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임 연구관이 이번 합동감찰 연석회의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법무부 내부에서도 적잖은 반발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 연구관의 이번 연석회의 참석은 친정권 성향의 한동수 부장이 이끄는 대검 감찰부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측과 별다른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한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임 연구관 참여에 법무부 지휘부도 달갑지 않게 보는 분위기”라며 “계속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면 문제를 제기해 감찰에서 배제하는 방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근 정부과천청사에 합동감찰 사무실을 꾸린 법무부는 검사 3명과 사무관 1명을 감찰팀에 추가 파견하는 등 연석회의가 열리는 29일부터 최소 2개월 동안 본격적인 감찰에 들어간다. 박 장관은 이번 합동감찰을 ‘절차적 정의가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로 정의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감찰에 절차를 밥 먹듯 어기는 두 검사를 임명하는 건 코미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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