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라면왕
[경향신문]
한국인이 일주일에 평균 1개 이상 먹고, ‘제2의 쌀’로 불리며, 많은 이들이 생애 첫 요리로 꼽는 음식은? 라면이다. 국내에 즉석라면(봉지면)이 도입된 지 58년이 됐다. 1963년 9월15일 선보인 삼양라면이 효시다. 초기엔 팔리지 않아 무료 시식과 사병 급식으로 내놓다가 도시화·산업화 붐을 타고 소비가 급증했다. 원조국 일본보다 5년 늦게 첫발을 뗐지만, 지금은 일본을 포함한 100여개국에 수출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세계라면협회(WINA)가 내놓은 1인당 소비량은 연간 75.1개로, 단연 세계 1위다. 짜장면과 우동, 비빔국수 등 먹고 싶어 하는 모든 면이 라면으로 탄생했다. 라면 활용법도 다양해졌다. 김치찌개와 부대찌개는 라면이 들어가야 제격이다. 떡볶이에 라면을 넣은 라볶이,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나와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빼놓을 수 없다.
입맛은 변한다지만 라면은 예외다. <라면의 재발견> 공동저자인 한종수 작가에 따르면 국내 10대 라면 중 21세기에 개발된 것은 2010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유일하다. 명멸한 수많은 라면 브랜드 중 1위에 올라본 것은 삼양라면(1963~1986년)·안성탕면(1987~1990년)·신라면 3개뿐이다.
최장수 대표주자는 매운맛을 처음 선보인 신(辛)라면이다. 출시 5년 뒤인 1991년 라면 시장을 석권한 뒤 30년째 부동의 1위다.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로는 2015년에 누적 매출 10조원도 처음 달성했다. 팔린 면발을 이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6번 이상을 왕복할 수 있다고 한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언제나 입맛을 다시게 한다.
라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이다. 스스로 ‘라면쟁이’라고 부른 그는 한국 라면사(史)의 산증인이었다. 시작은 삼양라면보다 2년 늦었지만 농심을 국내 1위, 세계 5위 업체로 만들었다. 브랜드 전문가이기도 했다. 자신의 성을 딴 신라면을 비롯해 안성탕면, 짜파게티도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56년을 라면 개발에 몸바쳐온 신 회장이 지난 27일 91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에게 붙은 ‘라면왕’은 영원할 것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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