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닌 벤투 달랜 정몽규 회장 사과문, 핵심 잘못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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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을 잘못 짚은 대국민 사과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정 회장은 이번 한일전 여파로 상심이 클 수 있는 벤투 감독을 챙겼다.
정 회장은 "이번 패배에 벤투 감독에게만 비난이 쏠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르도록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협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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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핵심을 잘못 짚은 대국민 사과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0대3 패배를 당했다.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이번 한일전은 패배 여파가 너무 컸다. 선수 발탁 과정부터 잡음이 나왔고 아무리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진 약한 전력이라 해도 선수들의 투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 상대의 전술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도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정 회장은 경기 하루 만에 긴급 사과문을 올렸다. 정 회장은 "한일전 패배에 실망하신 축구팬, 축구인, 국민 여러분께 축구협회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수장이 한 경기 결과로 인해 사과문까지 낸다는 것,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사과보다는 벤투 감독을 달래기 위함이 역력했다. 정 회장은 이번 한일전 여파로 상심이 클 수 있는 벤투 감독을 챙겼다. 쏟아지는 비판에 대한 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이번 패배에 벤투 감독에게만 비난이 쏠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르도록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협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축구인들과 팬들이 0대3 완패의 경기 결과로 분노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결과보다, 패배로 가는 과정에 실망감을 느꼈다. 이강인(발렌시아) 제로톱 전술 선택은 실패할 수 있지만 이강인이 제로톱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홍 철(울산 현대)이 첫 실점 과정 빌미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가 왜 선발로 나서게 됐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의 핵심은 '불통'과 '고집'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회장은 "구단과 지도자 등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중요한 건 협회가 아닌 벤투 감독이 마음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그의 스타일을 봤을 때 지금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자세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 회장은 다가오는 6월 월드컵 2차 예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그래도 대표팀 사기가 떨어진 상황에, 외국인 감독까지 전의를 상실하면 안방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번 한일전 내용과 협회의 대처로 인해 대표팀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뼈아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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