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勞]악습 고리 못끊는 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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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
하지만 안타깝께도 최근 뉴스를 보면 백의의 천사 본연의 업무보다 태움과 관련된 소식이 더 많아 보입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인데요.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의 유족에게 '산재'라고 인정해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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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께도 최근 뉴스를 보면 백의의 천사 본연의 업무보다 태움과 관련된 소식이 더 많아 보입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인데요. ‘선배가 신입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업무 외에도 과한 폭언·폭력·따돌림 등을 해 괴롭힘으로 길들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의 유족에게 ‘산재’라고 인정해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고인이 근무했던 사업장에서는 “증거가 없으며 괴로움을 극심하게 느낀 것은 고인 개인의 성격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업무 투입 전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업무상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접적인 괴롭힘만이 아닌 교육 미비와 인력 충원을 하지 않은 사업장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이후 국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해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고 했습니다.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위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ㆍ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입니다.
이는 의료계는 물론이고 다양한 업종에 적용되는 법안인데요. 당시 사람들은 “이제 직장 내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는데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을 뿐 현실에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더 많았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법은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인데요. 의원급 의료기관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괴롭힘을 증명하려면 녹취록이나 사진 같은 증빙자료가 필요한데요. 양손에 환자들에게 줄 약과 상태를 적어야 하는 차트를 들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남은 손은 없었습니다.
핸드폰이나 녹음기를 들 수 없는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입증할 자료가 없었던 것이죠. 고용노동부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화가 없다’는 대답이 70%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증가했다’는 대답은 8%에 그쳤는데요. 법 시행 효과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방증입니다. 간호사협회에서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결국 정부는 태움방지법을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1인당 맡아야 하는 환자 수가 선진국 대비 2~3배에 달한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와중에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업무의 특성도 있는데요.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사정에 관대할 수 없게 되는 측면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태움방지법은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업무 부담을 줄여 업무 환경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자는 취지로 발의됐습니다. 즉 발생원인 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째 뽑거나 예방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 생각한 것인데요.
태움방지법은 이제 막 발의됐습니다. 법제화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그동안 피해 본 사람은 계속 그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남은 상처는 그대로 둬야 하는 것일까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시간은 그냥 잊혀지게 놔두면 되는 것일까요.
이 법안이 법제화돼 현실 속에서 그 효과를 발휘하기 전까지 입법 공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공백 사이에 발생된 피해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산재 즉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려는 기준을 완화해 피해자 구제를 위해 규정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태움으로 인해 자살까지 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한 인간의 생명이 다하고 난 이후에 보상은 사실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태움으로 인한 정신적 질병의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합니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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