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되는 체험.. 이머시브 오디오극 '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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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여온 우란문화재단이 이번엔 '플라이트'라는 오프라인 체험극을 무대에 올린다.
30분에 걸친 체험은 온전히 여객기 비행을 재현한다.
비행기 티켓처럼 생긴 표를 제시하고 극장 문을 열면 거의 완벽하게 구현된 여객기 이코노미 객실에 들어서게 된다.
"완벽한 어둠 속, 당신을 에워싸는 감각적인 오디오 이머시브 체험/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날카로운 경험" 이 작품 홍보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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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항공사 여객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기내 안내방송은 자꾸 들을수록 괴이쩍다. 일등석에는 기내식 후 거품목욕이 제공된단다. 또 내가 탄 이코노미석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화장실 이용이 금지됐다고 한다. “이 비행기는 곧 이륙합니다. 이륙 후에는 기내 조명이 어두워집니다. 저희는 여러분의 안전과 편안한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비행을 원치 않는 승객이 계신다면 지금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비행을 계속하시겠습니까?”
안내대로 좌석벨트를 찬 후에는 매끄럽지 못한 기장 인사말과 함께 비행기가 엔진을 가동하고 객실은 암흑 상태가 된다. 놀랍게도 이 체험극은 제트엔진 특유의 진동까지 그대로 구현한다. 암흑 속에서 귀를 채우는 엔진소음과 함께 여객기용 좌석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은 언제나 조금은 긴장되는 순간인 이륙 과정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2016년 설립된 영국의 이머시브 오디오 씨어터 극단 ‘다크필드’가 2018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다크필드’는 360도 입체음향을 활용한 온·프라인 체험극을 선보이며 혁신적인 작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크필드’의 설립자인 ‘글렌 니스’와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시각이 사라지면 다른 감각들은 모든 움직임과 소리에 예민하게 집중하게 된다”며 40피트 선박 컨테이너의 완벽한 어둠 속에서 오직 음향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프라인 체험극들을 제작하고 있다.
“‘다크필드’의 작업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 이 작품의 중심에 각각의 관객들이 있고 그들이 작품의 중심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헤드폰을 통한 입체음향 전송과 완전한 어둠은 우리가 모든 관객에게 동시에 속삭일 수 있게 하고 관객들은 이것이 그들에게만 일어나는 동작이라고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인식에서는 이 세상은 매우 시각 중심적이며 음향은 시각에 부속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사실 음향이 이미지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그 자체로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2층 리허설룸에서 26일부터 4월 12일까지. 평일 비행시간은 19시, 20시, 21시. 주말 15시, 16시, 17시, 18시, 19시, 20시, 21시이며 화~목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극을 100% 즐기려면 암흑 속에서도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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