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유니폼에 일장기" "사극에 중국 월병"..국민은 성난다

홍순빈 기자 2021. 3. 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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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일전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입었던 유니폼/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중국풍 소품 논란으로 홍역을 겪은 월화 사극 '조선구마사'의 방송취소가 결정됐다. 지난 25일 축구 국가대표팀 한일 친선전에서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경기를 뛰어 논란이 됐다. 관행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SBS 사극 '조선구마사' 방송취소 발표... 허구라 했어도 역사적 고증 부족
SBS는 26일 홈페이지에 '드라마 조선구마사 관련 SBS 공식입장 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방송취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SBS 월화사극 '조선구마사'는 허구가 가미된 사극이라 밝혔지만 제대로 된 역사적 고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SBS 월화사극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방송에서 충녕대군(세종)이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에게 조선의 기생집에서 중국식 음식인 월병,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대접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또 기생집 외부와 내부 역시 중국 드라마를 연상하도록 하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을 일으킨다'며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지난 24일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청원에 찬성했다.

태극기 옆 일장기 박힌 유니폼... 용서 못하는 대중들
국민들의 분노는 '조선구마사 사태'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5일 축구 한일전을 본 일부 국민들은 국가대표 가슴에 일장기가 있는 것을 보고, 국민정서에 반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한일전에서 유니폼 가슴에 일장기만 새긴 일본 축구대표팀과 달리 한국 대표팀은 태극기와 일장기를 함께 새겼다. 경기 후 일부에서는 "대표팀 가슴에 일장기라니 말이 되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일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걸려 있다/사진제공=뉴스1


대한축구협회는 과거부터 국가대표경기에서 양측의 국기를 경기 날짜와 함께 유니폼에 넣었다. 경기를 기념하는 것과 동시에 해당 경기에서 유니폼을 착용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2018년 월드컵 때에도 경기를 한 상대국 국기를 태극기와 함께 동시에 새겼다"며 "이전부터 해오던 통상적인 관행이라 이번에도 관행처럼 유니폼을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엔 양국가 국기를 나란히 붙였다고 논란이 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정서는 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축구협회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 25일 열린 한일전 축구경기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선수들의 유니폼 상의왼쪽을 보면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붙어있는데, 일본선수들의 유니폼에는 일장기만 붙어 있었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자발적으로 나란히 붙인 것이라면 국민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준 행위"라고 했다.
日·中 바라보는 국민정서 세심하게 살펴야..."아픈 역사 가진 관계 속에서 일장기, 대중 그냥 넘어가지 않아"
전문가들은 문화·스포츠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이 인접국에 얽힌 국민 정서를 더욱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인접국들은 미국 등과 다르게 한국과 공통된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멀리 떨어진 미국과 다르게 한국과 인접한 중국, 일본 등이 나오는 콘텐츠에 대중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제작자, 협회 등이 인접국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조금만 더 세심하게 고려했다면 최근에 발생한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SBS '조선구마사'가 아무리 허구가 가미된 사극이라하더라도 고증에 입각해 제작했어야 했다"며 "드라마에 포함된 문화적 기호들에 대중들도 어느 정도 합의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를 제작자나 작가 마음대로 재규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전부터 친선경기 때 양국가 국기를 붙이는 게 관례라 하지만 지난 25일 한일전은 축구협회 등이 국민정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했다"며 "한국에 식민지 시대라는 아픈 역사를 준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박았으니 일반 대중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는 "스포츠에서도 국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해야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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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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