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억원 들였는데".. 서울시는 왜 하림을 막아섰나

김경은 기자 2021. 3.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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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양재동 물류단지.. '800 vs 400'②] 서울시 계획이 국가계획보다 먼저?

[편집자주]서울 양재동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하림산업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교통난과 형평성을 이유로 하림이 추진하는 사업을 막아서면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하림은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양측이 수년째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사진제공=하림지주

하림산업이 추진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이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6년 전 4500억원을 들여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했으나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 하림 측은 서울시가 사업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근거는 무엇일까.


6년째 표류 중인 사업… “서울시 반대 때문”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기존 화물차 터미널을 물류·유통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재정비 프로젝트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제도 도입을 발표하고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물류시설법)을 개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사업 추진 계획에 맞춰 하림은 당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 9만4949.1㎡ 부지(양재부지)를 4500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2016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재 부지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하림은 양재부지 지하에 최첨단 유통물류시설을, 지상에 복합공간을 조성해 서울 및 전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형 대표물류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상부는 광장을 중심으로 업무시설·R&D시설·컨벤션·공연장·판매시설·숙박시설·주거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업엔 진전이 없다. 오히려 금융비용과 각종 세금, 개발용역비 등으로 15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하림 측은 “관련 법령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용적률 800% 특혜?… “합법적 요구”


하림이 2018년 1월 서울시에 처음 제출한 투자의향서에는 양재 부지에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800%를 적용해 연면적 140만㎡에 지상 70층·지하 7층 규모로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서울시는 형평성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지는 2004년 수립된 ‘양재택지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위치한 곳으로 교통 정체로 인해 일대 부지 용적률을 400%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데 하림에 용적률 800%를 적용하면 특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하림은 양재 부지는 별도의 법령을 적용받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물류단지개발지침에는 ‘용적률 상한선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며 해당 부지에 허용 가능한 최대 용적률을 적용했을 뿐이란 주장이다.

법률적으로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4조 2항에는 ‘도시군 계획은 국가계획에 부합돼야 하며 도시군 계획의 내용이 국가계획의 내용과 다를 때에는 국가계획의 내용이 우선’이라고 규정돼 있다. 

같은 법 제23조 2항엔 ‘국가계획의 내용을 도시군 기본계획 내용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양재 부지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은 국토부 장관이 수립하는 국가계획인 물류시설개발 종합계획에 반영됐기 때문에 시 도시계획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사업에 관여할 권한 없다”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 사옥. 사진제공=하림지주

하림이 용적률 800%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하림 측은 “최대 용적률을 적용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을 따름”이라며 “용적률은 도시계획·물류입지·건축·교통·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물류단지계획심의위원회에서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고려해 심의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에서 판단할 문제이지 서울시가 사전에 막아설 이유도 권한도 없단 의미다.

하림 측은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사업 지연 고의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우선 도시계획국이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2016년 5월 서울시가 국토부에 양재 부지를 시범단지로 신청할 때만 해도 소관부서는 도시교통실 택시물류과였다.

하지만 2018년 7월 총괄부서가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로 변경됐다. 부시장이 돌연 ‘한국화물터미널 등 대규모 도시계획시설 부지 관리방안’이란 방침을 내고 “한국화물터미널 부지(양재 부지)는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국토부와 사전 협의도 없었고 택시물류과가 반대했지만 시는 이를 강행했다. 하림 측은 “법률상 권한이 없는 부서가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잘못된 법령 적용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림 손 들어준 서울시장… 궐위에 입장 선회


갈등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결국 하림의 손을 들어줬다. 고(故)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최종 결재를 받아 물류시설법 및 산단절차간소화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도록 추진방안이 확정된 것. 주관부서도 다시 택시물류과로 이관·복원됐다.

봉합되는 듯했던 갈등은 시장 권한대행체제로 바뀌면서 다시 터졌다. 하림이 시의 요구를 수용해 연구개발(R&D) 시설을 연면적의 40%까지 할당해 2차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으나 도시계획국이 ‘부동의’ 입장을 내며 제동을 걸었다. 하림 측은 “도시계획국은 시장단 의사결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산하 조직”이라며 “의사결정권자의 적법한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도시계획안을 초법규적 정책인 것처럼 거론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서울시가 양재 부지에 대한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더라도 지난해 6월 서울시장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존 방침은 모두 폐기되거나 변경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업에 대해 현존하는 시의 공식 방침은 시장 결재로 확정된 물류시설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구 자치권 훼손… 시의 ‘선 넘은’ 행정


하림이 사업 지연 고의성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서초구 재량권인 양재택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도시계획국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사업에 훼방을 놓았다는 주장이다.

서초구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월 양재 부지를 포함한 유통업무시설 부지에 대해서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400%로 제한하도록 부분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일방적으로 열람 공고했다. 이에 하림은 물론 서초구도 즉각 반발했다.

서초구는 “양재 부지 교통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려 열람 공고했다”며 “서초구에서 진행 중인 입안 절차를 무시하고 시의 일방적인 의견을 지구단위계획안에 담으려는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하림 측은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지방자치법 위반 및 자치권 훼손이라는 반발에도 직권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양재 부지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외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림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 속히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림 관계자는 “지난해 택배 물동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등 생활물류 수요가 늘어났다”며 “공공성 인프라인 도시첨단물류단지를 갖춰 국가 경제 회복과 서울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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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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