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월남·오리발 귀순.. 軍은 천안함 교훈을 잊었나

박수찬 2021. 3.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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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천안함 피격 11주기
北 어뢰 공격에 장병 46명 희생
"군사대비태세 강화" 강조에도
文정부 들어 잇따라 안보 무능
北, 최근 NLL 인근 방사포 배치
백령도·연평도까지도 타격 가능
"언제든 도발 우려.. 철저 경계를"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5일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2010년 3월 마지막 평택항 정박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흑백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천안함이 마지막으로 경기 평택항에 정박해 있던 모습이었다. 최 전 함장은 “‘천안’이라고 적힌 부분이 육지에서 배로 오르는 현문 사다리라는 기구인데 함 마크를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고 밝혔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아 천안함이 침몰해 46명의 젊은 목숨이 희생된 지 11년이 흘렀다. 천안함 피격사건 직후 군 당국은 첨단 무기를 대거 서북도서에 배치하는 등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해 ‘제2의 천안함 피격’이 없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잇따라 발생한 경계 문제는 정부와 군이 천안함 피격 사건의 교훈을 잊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목선 월남에 헤엄 귀순까지 ‘안보 구멍’ 빈발

군 안팎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군의 경계 실패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많다. 제1·2차 연평해전처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이 충돌하는 사건은 2018년 9·19 군사합의 전후로 사라졌지만,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중심으로 경계 실패가 거듭되면서 국민들의 안보불안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6월 발생한 북한 목선 강원 삼척 입항 귀순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북한 목선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은 채 부두에 들어와 배를 정박시키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정치권 등으로부터 “해상경계가 소홀했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군은 같은 해 7월 박한기 당시 합참의장 등 수뇌부에게 경고·징계조치를 내리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가 음료수를 마시겠다며 소총을 내려놓고 초소를 이탈한 사건이 드러나 군을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 2019년 7월 28일 북한 선원 3명이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월선할 때 이용한 소형목선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씨가 인천 강화도 최북단 경계망을 뚫고 월북했을 때, 군은 월북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북한이 공개한 직후 군과 경찰 등이 조사한 결과 탈북민이 강화도 북쪽 월곳리 철책 밑 배수로로 빠져나가 한강 하구를 헤엄쳐 월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군 당국은 배수로 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수뇌부를 문책했으나, 같은 해 11월과 올해 3월 강원 고성군에서 탈북민이 철책을 넘어오고 잠수복을 착용한 채 헤엄쳐 귀순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변명의 여지 없는 경계 실패”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북한군이 서해 NLL 북쪽 해상에서 발견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구조하지 않고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김 위원장은 친서를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한반도 정세가 한때 요동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7월 27일 탈북민 김모씨가 월북 시작점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곳리 인근 군 철책 아래 배수로에 (빨간 원 안) 발자국이 여럿 찍혀 있다. 강화도=하상윤 기자
◆‘한반도 화약고’ NLL 위험도 여전

최근 수년간 별다른 충돌이 없었던 서해 NLL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다. 북한은 최근 서해 NLL 이북 창린도에 240㎜ 방사포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가 60∼80여㎞인 240㎜ 방사포는 백령도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창린도는 9·19 군사합의에 의해 해안포 사격 등 해상 적대행위가 금지된 서해 완충구역에 있다. 북한의 창린도 화기 배치가 군사합의 무력화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군 당국은 “무기 배치만으로는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2019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창린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해 군사합의를 위반했던 북한이 같은 지역에 위력이 더 강한 무기를 새로 배치한 것은 서해 NLL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예비역 장군은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천안함 피격사건과 유사한 도발을 감행할 능력이 있다”며 “천안함 피격사건을 교훈 삼아 경계를 늦추지 말고 군사대비태세를 더욱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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