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올림픽 백신 딜레마

유태영 2021. 3. 2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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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는 도쿄올림픽이 과연 열리긴 하려나 보다.

그는 IOC가 백신을 구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올림픽 참가자들이 백신을 맞느라 일반 국민의 접종 순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과연 순수한 올림픽 정신에서 나온 제안인지,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수단인지, 백신 공급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백신 외교'의 일환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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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는 도쿄올림픽이 과연 열리긴 하려나 보다. 일본이 입장 수익 손해를 감수하면서 해외 관중을 안 받겠다고 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동의했다. 25일에는 성화 봉송도 시작됐다. 지난 4년간, 아니 5년간 올림픽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들에게는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이 갔던 것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자를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의 말 속에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백신 딜레마가 두루 엿보였기 때문이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참가자들이 최대한 백신을 맞도록 해 경기장과 선수촌 일대를 ‘코로나19 청정지역’에 가깝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1주일이 지난 사람에게 ‘그린 패스’(Green Pass)를 발급해 체육·문화·종교시설 등을 자유롭게 이용토록 하는 이스라엘의 ‘백신 여권’ 제도와 비슷한 발상이다.

문제는 공정성이다. 올림픽 참가자에게 백신을 맞히려면 나라별로 접종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층이나 보건의료 종사자, 필수 노동자에 앞서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들이 먼저 백신을 맞게 된다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백신 접종 캠페인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공급 물량도 달리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바흐 위원장의 모국인 독일의 정부 윤리위원회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들의 백신 우선순위를 앞당기는 것에 일찌감치 반대의사를 표한 바 있다. 바흐 위원장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IOC가 백신을 구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올림픽 참가자들이 백신을 맞느라 일반 국민의 접종 순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바흐 위원장은 중국 측이 먼저 백신 제공 제안을 해왔다면서 “연대(solidarity)라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 이 제안에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과연 순수한 올림픽 정신에서 나온 제안인지,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수단인지, 백신 공급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백신 외교’의 일환인지 의문이다.

코로나19에는 없는 국경이 백신에는 있다는 점도 이번 올림픽에서뿐 아니라 앞으로 국제사회가 감안해야 할 문제다. 시노팜·시노백 백신 사용을 이미 승인한 칠레 같은 나라는 선수들에게 맞히든, 일반 국민용으로 돌리든 IOC 제공 백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직 중국산 백신이 승인되지 않은 나라의 선수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최국 일본 자체가 중국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는데, 중국 백신을 맞은 참가자들을 ‘접종 완료자’로 간주할 수 있을까. 나라마다 승인된 백신 종류가 다르기에 발생하는 ‘상호 인증’ 문제는 향후 백신 여권 논의에서도 계속 불거질 문제다.

결국 이번 올림픽은 백신 의무화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강행되는 이번 올림픽이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안전하게 치러지기를 바랄 뿐이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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