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천안함 피격사건 11주기를 맞아
정권 정쟁 이용.. 강군 전환점 되길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11년이 흘렀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그 차디찬 백령도 앞바다 3월의 기억. 천안함 피격 11주기를 맞아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본다.
첫째, 천안함 피격사건은 경계하던 장병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군의 정보와 작전의 문제로 발생했다. 우리 군은 적잠수정 정보에 대한 적시적인 분석과 판단을 하지 못했고, 좁은 구역 내 함정을 배치했다. 그날도 역시 천안함은 대청해전 이후 줄곧 경비작전을 수행하던 해당 구역에 있었다. 적에 대한 특이동향이 없는 상황에서 2.5~3m의 높은 파도를 견디며 정상기동을 하고 있었다. 결코 임의로 백령도 가까이에 갔던 것이 아니다. 또한 당시 천안함에는 적잠수정과 어뢰를 탐지할 수 있을 만큼 고성능의 장비도 없었다. 적 위협에 대응하는 작전사항과 함정의 특성은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장병들은 각자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고 있었다. 해군 함정은 전투상황이 아니면 기본적으로 3직제로 당직을 운영한다. 당직자들은 맡은 위치에서 근무복을 착용하고 철저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 외의 장병들은 다음 당직을 위해 준비를 하거나 독서, 운동 등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모든 장병이 체육복을 입고 휴식 중이었던 것이 아니다. 해상의 모든 상황은 매우 변화무쌍하다. 따라서 함정을 운용하고 지휘한다는 것은 제반 상황을 고려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다. 부디 바다와 함정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파도치는 바다에서 지금도 목숨 바쳐 바다를 지키는 해군 장병들을 욕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둘째, 사건 초기 정부와 군의 대응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 북한과 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있던 청와대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배는 쉽게 부러질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의 눈치를 봤고, 참모총장은 국방부 장관의 눈치를 봤다. 결국 그 누구도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주장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정권은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었다. 천안함 사건이 정쟁의 대상이 되니 당시 정권에서는 선거 일주일 전인 5월 20일, 급히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5·24 대북 제재’조치를 했다.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러니 반대 진영에서는 더욱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군내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대우가 참혹했다. 해군에서조차 한동안 우리를 회피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이 배에 같이 있는 것을 보면 재수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현역과 예비역들은 심증만으로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사실인 양 말을 전하고 다녔다. 심지어 모 사령관은 천안함이 실패한 전장이며 살아 돌아온 천안함 장병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존장병들의 상처는 곪고 덧났다. 함정은 공동운명체이며 승조원들은 한 배를 탄 가족이자 전우다. 우리의 희생으로 국가의 안보가 더욱 굳건해지고 군이 더 강해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최원일 前 천안함 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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