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안철수 '불편한 동거'

'안' 유세 연설에 '김' 떠나
재·보선 한솥밥에도 냉랭
'외곽 보수' 복당 호시탐탐

[경향신문]

김종인, 안철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오랜 악연이 뒤끝을 남기고 있다. 김 위원장은 25일 유세 현장에서 안 대표가 연설을 하자 자리를 떠났고, 전날 인터뷰에선 안 대표를 향해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4·7 재·보궐 선거까지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 유세 현장에 함께했다. 안 대표는 연단에 오르기 전 김 위원장에게 악수를 청했고,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 연설이 시작되자 자리를 떠났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이 ‘안 대표와 어떻게 교류하고 협력하느냐’는 질문에 “(안 대표) 스스로 생각할 문제”라며 “내가 어떻게 하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날 JTBC 인터뷰에서는 “제가 보기엔 (안 대표의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정권교체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날선 대답도 내놨다.

김 위원장과 ‘외곽 보수’들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름답게 퇴임하시라”며 김 위원장을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홍 의원과 김무성 전 의원 등을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당을 맡아왔으니 당이 오늘날 이 꼴이 됐다”며 비판한 바 있다.

복당이 안 된 ‘외곽 보수’와 당내 주도권을 잡을 수 없는 중진 의원들 대 김 위원장 간 갈등 구도는 선거 후 야권 개편에 중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냐, 새 당대표를 선출할 것이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