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권력을 사유화한 자들이 지배하는 나라

2021. 3. 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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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공부문 고유의 역할은 중요하다. 민간경제가 시장의 실패로 나아갈 때 시장기능을 회복하거나 미리 실패를 예방해주어야 한다. 공공부문이 단순한 무능을 넘어 권력을 사유화한 탐관오리들로 급속히 점령당했다. 하도 문제가 많은 고위직들이 창궐하니 말단 공무원들까지 부패하고 기강이 해이해진 걸 견제할 방법이 없다. 관리자층을 점령한 실세들이 이념적 동지애로 뭉쳐 국가의 이권을 수탈하는 걸 계급 이념투쟁으로 합리화하며 감싸주기로 일관하니 더 큰 부패와 무능으로 확산되기 일쑤다. 정부부처·공공기관은 가치관과 리더십 부재상태다. 공·사 구분 없이 공직을 이권추구의 기회로 여기는 자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적폐로 몰리니 그 부하직원들은 적당히 현재상황을 모면하며 실속 챙기기에 바쁘다. LH 직원 신도시 투기 사태는 그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급속히 올려서 가진 자들로부터 세금을 대폭 뜯어갔다. 공무원들은 재개발정책을 놓고 예측 불가능하게 국민들의 이권을 좌지우지했다. 어차피 집을 가질 가능성이 없어진 젊은이들은 정부 정책에 동조해 집 가진 자들을 탓하고 모두가 무주택자가 되는 쪽으로 전진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혼이 쏙 빠진 사이 개발정보에 대한 공공기관의 독점현상은 가속화하고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게 되면 얻는 이익은 급증했다. 그러니 개발정보 접근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노략질이 대거 자행된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을 벤치마킹 하겠다고 청와대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해댈 때부터 예고된 참사다. 싱가포르의 주택개발청(HDB)은 기본적으로 상당수의 주택용지를 이미 국유화한 상태에서 공공주택을 분양하고 거주자가 집을 팔려면 정부에 되팔게 해서 투기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가능한 국가주도 정책이다. 1986년 치앙완 국가개발부 장관이 주택개발 관련 소액의 뇌물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되자, 리콴유 총리는 면담조차 거절했다. 자살로 속죄한 친구의 유서를 의회에서 낭독한 총리는 싱가포르의 국가개발 정책의 본질을 몸소 정의했다. 공정, 진실, 그리고 부정부패 척결이다.

스스로 무너진 리더십 속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노략질마저 일반화된 정부, 주택용지의 국유화는커녕 재개발 정책의 혼선만 반복하고 있는 정부, 자살하는 사람들은 일선 실무자들뿐인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현주소다.

공공부문만 망가지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와 원전산업도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각종 산업의 협회조차 계급투쟁을 내세우는 감시자들로 협회 운영권이 근본적으로 견제당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공기능의 실종상태에서 간간히 선거용으로 던져주는 현금살포와 미래세대의 철저한 희생으로 만든 복지혜택만 받아먹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 직접적 혜택을 국민들에 나누어 준 최초의 정권이라서 지지를 철회하기엔 아깝다고 상당수의 국민들이 느끼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자랑스럽게 길러온 민간부문까지 무능과 계급투쟁의 제물로 향하고 있다. 머지않아 기업권력까지 탐하는 탐관오리들이 낙하산으로 기업 리더십까지 장악하는 시기가 올 것인가.

이제 대한민국은 권력을 사유화한 자들이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각계각층을 지배하는 전근대적 사회가 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보수우파가 일전을 겨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보수와 진보, 좌우의 대립은 국민을 결국 반반으로 나누기에 디지털 조작·바이러스 정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 않은가. 하나하나 무너진 원칙과 진실을 회복시켜 나가는 풀뿌리 과정이 없인 사상누각이다. 구한말 사라져가는 대한제국의 명운 앞에서 윤전기를 돌려 독립신문을 창간하던 사람들, 의병활동에 동참하거나 자금지원을 하던 사람들, 자기가 소속된 공공부문에서 을사오적 비판운동을 암암리에 벌이던 공무원들, 계몽소설을 써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깨우치도록 유도하던 작가들. 이제 안타깝지만 디지털·바이러스 전체주의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길은 정해졌다. 흩어져 있지만 집요한 레지스탕스들 노력의 시너지 효과가 그것이다. 주변의 레지스탕스들의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거나 작은 노력이라도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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