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 시사했던 북한, 본격 무력 도발 나서나

이설 기자 2021. 3.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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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김여정·최선희 담화로 대결 구도 조성
미국 당국자들 방한·말레이시아 사건 등 영향 미쳤을 듯
3월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구조도.©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미국을 향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북한이 이달 들어 두 번째 무력 시위를 감행했다. 북미 접촉과 대화 가능성까지 차단한 북한이 본격 '대결 구도'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북한이 오늘 아침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라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사체의 수와 종류, 발사장소, 비행거리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위성과 해안보안청도 이날 북한이 오전 7시6분쯤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 방향으로 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들도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고,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체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위반사항이다. 지난 21일 북한이 비공개로 진행한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에 대해 미국은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는 '낮은 단계', '일반적인 관례'로 평가했으나 이번에는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도발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김여정 당 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대미 정책을 고심하던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조성한 대결 구도를 본격화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북한은 담화 발표 이후 진행된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은 지난 15~18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들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미국을 향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지만 효과가 미미했던 셈이다.

특히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18일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2018년 스스로 선언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이라는 '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는 그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여정, 최선희 담화를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 및 대미 사대주의에 대한 경고를 하였으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처럼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고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말레이시아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사업가 문철명씨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신병을 인도하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굳혔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주요 인사가 미국에서 사법 처리 대상이 되면서 북미 간 분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아울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구두친서를 교환하며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대외 정세를 공유했다. 북한이 기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중국과 밀착해 한미 정부를 본격 시험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남북, 북미 관계와 관련해 토의한 것을 시 주석에게 통보하면서 '적대세력'들의 도전과 방해에 대처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고, 시 주석도 이에 화답했다.

이달 들어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이 무력 시위 강도를 어느 수준까지 높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순항미사일 이후 탄도미사일의 연속 발사는 북한이 도발 수순으로 들어섰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그렇다면 4월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전후한 보다 높은 강도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내다봤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도 "태양절까지 일련의 계획을 가지고 군사 행동 수위를 높여나갈 공산이 커보인다"면서 "이러한 행동은 미국의 전향적 대북정책 재검토 가능성을 약화하고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여지 축소, 한국 내 대북여론 악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대북 대치국면 조성 등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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