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가장자리서 강력한 자기장 '포착'..300명 국제연구팀 '편광' 현상 규명

EHT 국제공동연구팀, 블랙홀 '편광' 관측 성공
블랙홀 주변의 물질, 방출 과정 밝히는 데 기여

EHT 연구팀은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 관측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속 나선형의 밝은 선들은 M87 블랙홀 주변이 자기장에 의해 편광된 모습을 보여준다. 천문연 제공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블랙홀 주변의 빛이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현상인 '편광'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블랙홀 주변이 물질을 빨아 들이고 내뱉는 과정을 규명하는 등 블랙홀 주변 물질 특성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전 세계 65개 기관 3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EHT 연구팀'이 거대은하 'M87(처녀자리 은하단에 위치)'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 관측 영상을 24일 공개했다고 밝혔다.

앞서 EHT팀은 지난 2019년 4월 M87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를 처음으로 관측했다.

블랙홀은 주변에서 물질을 끌어 들이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블랙홀로 유입된 물질의 일부는 방출되고, 일부는 블랙홀 안으로 유입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블랙홀 주변의 물질 유입과 방출 메커니즘과 M87과 같은 거대 타원은하의 중심에서 어떻게 은하 크기보다 더 큰 제트가 발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물질의 유입량을 확인할 수 있는 편광 관측을 통해 M87 블랙홀의 가장자리 빛의 고리가 강하게 자기화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편광 관측 영상 분석을 통해 블랙홀 주변에 예상보다 훨씬 강한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기장 구조를 통해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물질의 유입과 방출이 일어나는 영역을 처음으로 상세히 확인한 것이다.

편광 관측 영상에서 M87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 일부는 가장자리의 강한 자기장 압력으로 블랙홀 바깥으로 밀려 멀리 제트 형태로 날아가고, 나머지 일부는 자기장에 끌려 나선운동하며 떨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제이슨 덱스터 EHT이론연구그룹 연구책임자(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교수)는 "이번 영상을 통해 M87 블랙홀 주변부의 강력한 자기장이 어떻게 초대질량블랙홀과 제트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호 대만 타이페이 천체물리연구원 박사는 "앞으로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블랙홀 주변 물질의 특성을 알아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문연은 자체 보유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M87 블랙홀 주변의 강착 원반과 제트 등의 추가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24일자)'에 두 편의 논문으로 실렸다.

한편 EHT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 8대를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으로 만들어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기 위한 국제협력 프로젝트이자 가상 망원경의 이름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