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들이닥쳐 아버지 품 속 7세 소녀에 이유없이 총격..미얀마 군경, 그들이 곧 폭도
[경향신문]
지난 23일 오후 4시쯤(현지시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의 찬미아타지 마을에 오토바이와 차량을 탄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한 가정집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온 군인들은 다짜고짜 “모두 앉으라”고 했다. 가족들이 앉자 군인들은 “다 모인 게 맞냐”고 물었다. 일가족의 아버지는 “지금 앉은 6명이 가족 전부”라고 답했다. 한 군인이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갑자기 총을 쐈다. 총을 맞은 건 겁에 질려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7세 소녀 찐 묘 칫이었다.
군인들은 피 흘리는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족들에게 “아이를 달라”고 했다. 아버지가 거부하자 찐 묘 칫의 19세 오빠를 총 개머리판으로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때린 뒤 끌고 갔다. 미얀마나우가 24일 전한 찐 묘 칫의 사연이다. 군인들이 떠난 뒤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무법천지로 변해가고 있다. 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미성년 희생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 14세 소년이 집에서 문을 잠그다가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21일엔 찻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15세 소년이 일터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미얀마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찰과 군인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도로에서 사람을 보는 족족 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말했다.
일부 군인들은 가정집과 상점까지 무단침입해 재물을 파손하고 약탈하고 있다. 군이 지난주 양곤 남부의 한 마을을 약탈해 2000만짯(1700만원)어치 물건을 가져갔다고 이라와디가 이날 전했다. 한 피해 상인은 “트럭을 타고 온 군인들이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총을 쏘고 다 약탈해갔다. 무장강도였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도 노점상이 팔던 과일을 훔쳐간 군인, 주거지역에 일렬로 주차된 오토바이를 파손하는 군인의 사진과 동영상이 퍼졌다.
군부는 사망자 발생에 유감을 표했으나, 그 책임을 시위대에 돌렸다.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숨진 이들 역시 우리의 시민이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군경 중에도 희생자가 나왔고 이들을 평화시위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군부는 24일 구금했던 시위대 628명을 석방했다. 가디언은 “주로 지난 3일 시위 중 끌려간 학생들”이라며 “군부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지난 2월27일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 붙잡혀간 자사 기자가 한 달여 만에 풀려났다”며 “쿠데타 이후 구금되거나 기소된 언론인은 4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시민들이 석방된 시위대를 향해 세 손가락 인사를 하며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시위 진압에 따른 누적 사망자를 164명으로 집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가 집계한 261명보다 100명 가까이 적은 수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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