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고시원 가장 죽어갈 때..2차살인 도구 사러 마트 간 '악마'
1심서 심신미약 인정 사형 대신 '징역 45년' 역대 최장형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4시간30분 사이 2명을 살해한 피고인은 어떤 형벌을 받았을까.
중국 국적의 동포 김모씨(33)는 2019년 4월 한국에 왔고, 한 달 뒤부터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거주해왔다.
평소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던 김씨는 고시원에서 살면서 옆 호실에 사는 A씨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다. 방음이 되지 않아 시끄럽다는 이유로 서로 벽을 치고 욕설을 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김씨가 고시원에 산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났다.
같은해 5월14일 김씨는 A씨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마트에서 흉기를 샀다. 흉기가 든 가방을 메고 인근을 배회하던 김씨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A씨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김씨는 오후 6시44분쯤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돌아오자마자 옆 호실로 들어가 A씨에게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라이터를 찾기 위해 뒤돌아서자 김씨는 준비한 흉기로 A씨의 상반신을 여러 차례 찔렀고 A씨는 사망했다.
A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가족들을 중국에 남겨두고 한국에서 홀로 일하던 사람이었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초조하고 격분한 마음에 '아무나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트를 다시 찾아 흉기를 또 샀다. 김씨는 편의점에서 소주 2병을 사서 밤 10시3분쯤 인근에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약 1시간 뒤 이 건물에 입주한 회사에서 일하던 B씨(31)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왔다. 김씨는 처음 본 B씨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고 두 사람은 다퉜다.
김씨는 흉기로 목 부위를 찔렀고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B씨는 만 31세의 젊은 나이였다.
김씨는 4시간30분이라는 짧은 간격을 두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2회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유족들과 지인들이 앞으로 겪게 될 슬픔과 상실감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진정으로 범행을 반성하거나 참회하지 않는 것은 물론 용서받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김씨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다면적 인성검사(MMPI-2) 결과에 의하면 김씨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어 주변 환경을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경계하고 있으며 '망상'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됐다.
결국 '명시되지 않은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됐다.
1심은 "피고인의 정신병적 장애가 범행의 한 원인이 됐다고 인정됐다"며 "정신병적 장애로 인해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자유의지로 죄를 저지른 사람보다 감경된 형사처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김씨에게는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범행의 계획성, 범행 동기를 고려하면 김씨의 생명경시 태도가 상당히 심각하고 재범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됐다.
검찰과 김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씨 측은 징역 45년이 너무 무겁다고, 검찰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각각 항소했지만 2심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유족은 물론 대다수 국민은 엄청난 경악과 충격을 받았다"며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형법 제42조에 따르면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 이하이지만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징역 50년이 상한이다. 이번 판결은 민간법원에서 선고된 유기징역 판결로서는 역대 최고 형량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도 1심에서 합계 징역 45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포 등 혐의에 징역 40년,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에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군사법원에서는 2014년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주도한 이모 병장에게 징역 45년이 선고된 예가 있다. 다만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이 병장에겐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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