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채무 600兆 앞둔 기재부, '주식→채권' 外人 머니무브에 환호

세종=이민아 기자 2021. 3.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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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채권 자금, 한달만에 13억2000만→ 89억9000만달러
적자성 대외 채무 증가에 기재부 긴장
전문가 "현금 뿌리려고 국채 발행, 대외 위험 증가 우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강해지면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안도감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수요가 늘어난 것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채권투자 수요가 확대로 인해 정부의 국채발행에 숨통이 틔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지난해말까지는 사상 최대 활황을 보인 주식시장에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초부터는 주식시장을 떠나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미 국채 금리 쇼크 등으로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나타내는 반면, 국채금리는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국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국채 인수 확대가 적자성 대외 채무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적자성 국채로 외국인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추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채의 사용 용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 따른 4차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피해 보상 등 ‘현금 뿌리기’로, 미래 세대에게 현재의 어려움을 미루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오히려 국채 수요가 떨어질 수 있고, 향후에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만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란희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1 대한민국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는 603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국가채무 956조원의 63.8%가 적자성 채무다.

이는 작년 말 통과한 2021년 본예산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로, 1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적자성 국가채무는 9조9000억원이 추가돼 613조7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농어민 지원금 등이 추가되면 적자성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같은 적자성 채무 증가는 시장에서의 국채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달에 공급이 몰리지 않도록, 달마다 비슷한 규모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이후 외국인의 채권 투자 자금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국채가 안 팔릴 수 있다는 기재부의 우려는 다소 누그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채권 거래 자금은 8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억7000만달러 순유출에서 지난 1월 13억2000만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고, 2월에는 순유입 규모를 크게 늘렸다.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국채 투자 수요는 그만큼 강화된 것이다.

기재부는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채권투자 자금과 달리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은 지난해12월 21억9000만달러, 올해 1월 23억9000만달러, 2월 28억6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3개월째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3월 1457.64으로 10년 8개월만에 최저점을 찍었다가, 다시 반등해 올해 2월까지 3100선을 넘나들며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불안 심리가 확산돼 코스피지수는 3월 들어 3000대 초반~2900대 후반에서 조정을 받았다. 반면 이 기간 지난해 5월 1.3%대였던 10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는 조금씩 상승하다, 최근 2%대로 올라섰다. 안전자산인 국채 금리는 오르고 위험도가 높은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떨어지자 채권으로 외국인 증권투자금이 쏠리는 것이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미국 국채 금리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국면을 맞이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가 상당히 낮아진 상황인데 비해, 국내 채권금리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2%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장기투자기관의 보유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AA-)을 감안하면 국채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 중앙은행 등 글로벌 채권투자 기관에게 인기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 시장의 움직임에 자금 시장을 총괄하는 기재부 내에서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국채 발행을 관할하는 기재부 국고국 입장에서는 원활하게 국채가 판매돼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어 안심하고 있지만, 대외 채무 등 외환건전성을 관리하는 국제금융국 입장에선 ‘마음놓고 환호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외국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채가 잘 팔리는 것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어찌됐든 외채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주의깊게 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국제통화기금(IMF) 발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로 외국인에게 나라 빚을 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국인이 사들이고 있는 국채로 우리 정부가 조달하려하는 자금의 목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적자 국채를 발행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 뿌리기’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국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부담을 국채로 대신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한국의 재정이 흔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를 얹어줘야만 국채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오고, 국가적 이자 부담이 늘어날 거라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채를 많이 사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없으나, 국채로 조달하는 자금의 목적이 문제"라면서 "부채의 내용을 보니 재난지원금 등으로 ‘돈을 그냥 뿌려댔다’는 것을 자세히 파악하게 된다면, 외국인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향후 한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향후에는 더 높은 금리를 약속해야만 국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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