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랑 별 보러 갈래?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I love you’라는 문장을 ‘달이 예쁘네요’라고 번역했다는 일화가 있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는 행위에는 이처럼 왠지 모를 낭만이 깃든다.

달과 별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하는 이유는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의 산문집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놀랍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해 거의 모든 꼭지에서 감탄이 터진다. 특히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77년 지구를 떠나 목성과 토성, 그리고 마지막 목적지인 타이탄을 거친 후 우리와 영원히 멀어지기 전에 고개를 돌려 고향을 바라보았다는 대목에서는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 인류에게 우주의 신비를 보여주고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춥고 어두운 곳을 외롭게 항해하는 탐사선이라니, 너무나 숭고하지 않은가.
책 덕분에 밤하늘에 관한 기억들이 하나둘 팝콘처럼 튀어나오고 있다. 중학생 때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예보에 언니와 둘이 한겨울 놀이터 그네에 앉아 손을 호호 불어가며 기다렸던 것. 터키의 올림포스에서 꺼지지 않는다는 ‘키메라의 불꽃’을 보러 밤에 산을 올랐을 때 불꽃보다는 다이아몬드 가루 같은 무수한 별빛에 깜짝 놀랐던 일. 언젠가 녹사평역 육교에서 “달 옆에 있는 저게 목성이랑 토성이에요” 하고 손가락을 들어 가르쳐주던 사람. 그런 기억들이 있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별들이 조금은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엔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들었다.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라는 후렴구가 되풀이되는 이 노래 속 화자와 별을 보러 가면 그가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그거 아세요? 적도에서 보는 초승달은 아래쪽으로 볼록하대요.” “수십억 년 후 우리은하가 안드로메다와 충돌할 거라는데요, 그러면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많아질 거래요.” 그럼 나는 “심채경 박사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잖아요?”라는 말 따위 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줄 것이다.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하면서.
이지수·번역가·'아무튼, 하루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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