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국칼럼] 도둑에게도 道가 있다
4류 정치인도 정의·개혁 외쳐
위정자 입놀림에 현혹되지 말고
행동 주시하면 속는 일 없을 것
나쁜 위정자일수록 자주 천사 흉내를 낸다. 그들은 왜 불의와 불법을 저지르면서 정의와 개혁을 들먹이는 걸까. 그 의문을 풀어줄 열쇠가 ‘장자’ 도척 이야기에 있다.
실제로 그렇다. 인디오(남미 인디언)들을 살육했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하느님에게 영광을!”이라고 외쳤다. 독재자 히틀러는 ‘국민적’, ‘국민의’라는 표현을 입버릇처럼 사용했다. 그의 군대는 ‘신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글귀가 새겨진 허리띠를 차고 이웃 나라들을 짓밟았다. 인권을 말살한 무솔리니 역시 신을 대변하는 양심으로 행세했고, 인민의 왕으로 군림한 마오쩌둥의 좌우명은 ‘인민에게 봉사하라’였다.
흔히 B급 정치인들은 큰 도둑으로 불린다. 사도(邪道)에 밝은 위정자라면 도척이 말하는 다섯 가지 덕목쯤은 문제없을 듯싶다. 쌀독에 든 쥐떼처럼 나라 곳간을 파먹는 비상한 재주는 ‘성’의 발현으로 손색이 없다. 그렇게 축나는 국가재정이 한 해 100조원을 웃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대통령이 선봉에 서서 K방역을 세계만방에 알린 것은 ‘용’의 실천이요, 외국 수반들이 솔선한 백신 접종을 굳이 나중으로 미룬 겸양지덕은 청사에 남을 ‘의’의 표상이다.
한동안 블랙리스트의 유령이 떠돌더니 급기야 친여 세력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요직을 골고루 꿰찼다. 노른자위 부동산은 권력층과 금배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이 모든 행위들은 먹잇감을 공평하게 나눠 먹는 ‘인’의 본보기였다. 정파적 사건에 수사지휘권을 상습 발동하고 반일 굿판으로 국민을 둘로 쪼갠 것은 자기 진영의 득실을 헤아릴 줄 아는 ‘지’의 완성이다.
한국의 4류 정치인에게는 도척이 갖지 못한 하나가 더 있다.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악을 선으로 바꾸는 여섯 번째 내로남불 신공이다. 신공은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빛을 발한다. 자당의 비행으로 보궐선거에 들어갔으면 백번이라도 고개를 숙여야 옳다. 여당은 거꾸로 행한다. ‘재·보궐선거에 원인 제공을 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뜯어고치더니 되레 야당에게 ‘적폐 몽둥이’를 휘두른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도를 외치는 도둑떼가 준동하는 것은 국민이 그들의 입놀림에 번번이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속이는 자가 나쁘지만 속는 자도 그 못지않게 나쁘다. 다수가 속으면 민주주의는 도둑맞을 수밖에 없다. 독재의 탄생도 말에 현혹돼 부화뇌동하는 국민이 있기에 가능하다.
위정자의 언변에 속지 않기란 어렵지만 방법이 없지 않다. 맹자는 “닭이 울면 부지런히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순임금의 무리요, 닭이 울면 부지런히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도척의 무리”라면서 “둘의 차이는 그들이 행하는 선과 이익뿐”이라고 말했다. 성인과 도둑떼를 가르는 기준은 그들의 행동이라는 얘기다.
자고로 거짓일수록 말이 곱고 화려한 법이다. 그들의 입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 세 치 혀에 속으면 대한민국은 도둑의 소굴이 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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