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정의의 독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상을 보는 나의 태도는 회색분자, 혹은 박쥐에 가깝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사상이나 노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서이고, 특별한 이익을 좇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판단이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혁을 절대선으로 여기는지 절차적 정당성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는 태도일 때가 적지 않다.
자기들은 언제나 정의의 수호자였던 양 행세하는 걸 볼 때면 어이가 없기도 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나의 태도는 회색분자, 혹은 박쥐에 가깝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사상이나 노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서이고, 특별한 이익을 좇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판단이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줏대 없음, 우유부단을 자주 자책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고, 자연스런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옳고 그름, 좋고 싫음, 중요함과 중요하지 않음을 구분하기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을 때도 많지 않나 싶어서다. 이런 이유로 시비와 호오, 경중의 경계가 너무나 분명하고, 그것에 따라 피아를 나누어 물고 뜯는 데 주저함이 없는 요즘 한국사회가 종종 놀랍다.
연예계, 스포츠계를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학교폭력 이슈에서도 극단성이 보인다. 기억이 분명치 않을 수 있고, 오해일 수도 있는 십수년 전의 일까지 한두 사람의 주장, 증언에 기대어 여론은 춤을 춘다.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매장에까지 이를 수 있는 주장이 이처럼 가볍게 유통, 소비되는 것이 옳은 지가 나는 의심스럽다. 학폭 추방이란 명분에 대한 집착이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얼마 전 중국의 ‘분노청년’을 분석한 책을 기사로 소개했다. 점점 두드러지는 중국의 맹목적 중화주의, 외국에 대한 극단적 배타성과 폭력성 등의 선봉에 있는 일단의 젊은이들을 분석한 책이었다. 랴오바오핑이라는 지식인은 분노청년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가짜 정보인지 진짜 정보인지 알지 못한다. 피는 충분히 뜨겁고 이성은 충분히 부족하며, 사람을 욕할 때는 충분히 악독하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분명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피아를 식별해 서로에게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는 데 점점 익숙해져 가는 한국사회 누군가들과 겹쳐 보인다.
분노청년의 가장 두드러진 면모는 ‘애국 독점’의 태도라고 한다. 애국이란 명분 아래 법과 인권은 능욕해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애국’을 ‘정의’로 바꾸어 한국사회를 들여다본다. ‘우리만 옳다’는 ‘정의 독점’의 태도가 한국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신했는데 맞았다 하면 돼” 아내 목소리 반전… 전직 보디빌더의 최후 [사건수첩]
- “정관수술 했는데 콘돔 갖고 다닌 아내”…아파트·양육권 줘야 할까?
- “저 여자 내 아내 같아”…음란물 보다가 영상분석가 찾아온 남성들
- “보면 몰라? 등 밀어주잖아” 사촌누나와 목욕하던 남편…알고보니
- 세탁기 5만원?…직원 실수에 주문 폭주, 56억 손해 본 회사는? [뉴스+]
- 알바 면접 갔다 성폭행당한 재수생…성병 결과 나온 날 숨져 [사건 속으로]
- 아내 몰래 유흥업소 다니던 남편…결국 아내와 태어난 아기까지 성병 걸려
- 무궁화호 객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스피커 모드’로 야동 시청한 승객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