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개화 전야

남상훈 2021. 3. 2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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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애숙
벚꽃이 언제 피는지
어떻게 피는지 본 사람은
동맹 개화 거사
그 전날 밤
편히 잠들지 못한다

옥수수 껍질 벗고
하얀 강냉이 구름처럼
터져 나온 것 본 사람은
펑! 소리 나기 전
숨죽이던 그때처럼

한껏 부푼 봉오리들
하얗게 피어날
내일을 생각하면
이 밤 오소소
귀를 막으려 할 것이다

천지에 번질 함성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봄꽃들이 이곳저곳에서 앞다투어 피어납니다.

매화가 피고 목련이 피어나고 진달래, 개나리,

벚꽃 필 차례가 다가옵니다.

제가 있는 서촌 창가엔 벚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그 나무들은 한겨울에 죽은 듯 서 있다가 어느 틈에 가지마다 꽃망울을 맺더니

매일매일 커져갑니다.

오늘은 분홍색 입술을 내밀고 있더군요.

날마다 달라지는 그 아이들이 경이롭습니다.

며칠 지나면 한껏 부푼 봉오리들이 옥수수 껍질 벗은

하얀 강냉이 구름처럼 펑 터지겠지요?

저는 벚꽃이 피어날 그 순간을 벚나무와 함께 하렵니다.

천지에 번질 꽃들의 함성에 귀를 활짝 열어놓고서,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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