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표현한 팬데믹..키워드는 '극단적인 고독'
[앵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을까요.
음악가들은 '고독'이라고 답했습니다.
세계 정상급 현대음악가들이 코로나 시대의 고독을 주제로 작곡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정연욱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너무 평범해서 이리도 그리울 줄 몰랐던 내 일상 말야~"]
지난해 여름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래.
코로나 이전의 평범했던 일상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경쾌하게 표현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표현한 코로나 시대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플루트가 내는 기괴한 화음과 어우러진 익숙한 소리.
타악기가 아니라 타자기입니다.
현대음악 작곡가 올가 노이비르트의 작품으로, 어울리지 않는 두 소리의 조합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소외감을 표현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현대음악 앙상블로 평가받는 클랑포룸 빈이 최근 출시한 음반의 키워드는 '극단적인 고독'.
만남과 모임을 최대한 억눌러야 하는 시대에 모두가 느끼는 고립감을 독주곡 37편에 담았습니다.
[피터 폴 카인라드/'클랑포룸 빈' 대표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드러내는 데 음악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고립돼 있기 때문에 외롭죠. 하지만 음악은 우리가 더 큰 세상의 일원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수제자로 알려진 도시오 호소카와를 비롯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5명이 참여했습니다.
연주자들은 문 닫힌 공연장 앞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루카스 쉬스커/타악기 연주자 : "팬데믹이 시작되고 일상이 전부 멈춰 섰을 때, 우리는 음악계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습니다."]
현대음악 특유의 난해한 전개가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뉴욕타임즈는 "높은 수준으로 선보인 실험적인 시도"라고 호평했습니다.
[피터 폴 카인라드/'클랑포룸 빈' 대표 : "새로운 음악과 작품을 접하는 데 망설이지 마세요. 이 가운데 일부는 먼 훗날 제2의 '운명 교향곡'이 될지 모릅니다."]
코로나 시대를 순수 예술의 소재로 사용한 첫 번째 사례로, 팬데믹이 정치, 경제, 사회를 넘어 이제 예술의 지형까지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화면제공:클랑포룸 빈/영상편집:김은주
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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