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법무부장관의 약속은 어쩌다 사라졌는가 / 박은선

한겨레 2021. 3. 2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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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23일)이다.

아니, 결국 오늘이다.

그리고 결국 오늘이다.

오늘 위 법무부의 대책들의 위법성을 인정하여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우리의 행정심판청구에 대한 본안심리가 열리고 재결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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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 ㅣ 변호사·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활동가

드디어 오늘(23일)이다. 아니, 결국 오늘이다.

지난 1월 초 실시한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는 시험 역사의 오명으로 남을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행정법 기록형 과목 문제 전체가 사전유출되는가 하면, 코로나19 대책 없이 시험을 강행한 탓에 시험장별 시험용 법전에 대한 지침 혼란으로 부정행위가 속출했다. 더 기막힌 것은 그에 관한 법무부의 대책이었다. 문제 유출에 관하여는 ‘전원 만점’이, 법전 부정행위에 관하여는 ‘(이번 시험에서는) 무대책’이 그 대책이었다.

상대평가에 의한 정원제 선발시험인 변호사시험에서 한 과목을 전원 만점, 즉 전원 동점으로 하면 문제를 미리 본 적 없이 그 과목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수고는 물거품이 되며 합격할 이가 불합격할 수 있다. 더욱이 이는 사실상 ‘행정법 기록형 과목 시험의 무효화’로 변호사시험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 등에 위배된다.

항의가 빗발쳤고 행정심판과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그러자 그달 25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임명 전 국회 후보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전원 만점 결정이 실질적 평등에 합치하는지 의문”이므로 “재검토하겠다”고, “응시자들과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위 법적다툼 대리인 중 한명인 나는 괜히 소송 등 과한 대응을 했나 싶었다. 한 나라의 장관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릴 줄 그땐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기다렸다. 하지만 재검토는 없었다. 면담도 없었다. 2014년 객관식 단 두 문항 출제오류만으로도 한국교육평가원장은 사퇴했고 교육부와 국회는 대안적 기구를 논의했으며, 2006년 단 하루의 인쇄사고로 인한 혼란만으로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사퇴하고 국세청은 재시험 등 전면 대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한 과목의 문제 전체가 사전유출됐음에도 법무부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었고, 그 수장은 자신이 한 말조차 배반했다. 아니 그 정도면 다행이다.

위 법적 다툼 과정에서 마주한 법무부의 속내는 놀라웠다. 장관은 위 대책들과 아무 상관이 없단 주장부터 황당했지만,(그럼 대체 왜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관련 질의를 하고 장관이 답변을 했단 말인가!) 한 과목 자체의 무효화가 전혀 위법하지 않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재검토는 필요 없단 주장이 거듭됐다. 법무부의 그 ‘당당한’ 서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장관님은 거짓말쟁이!”

그리고 결국 오늘이다. 오늘 위 법무부의 대책들의 위법성을 인정하여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우리의 행정심판청구에 대한 본안심리가 열리고 재결이 있을 예정이다. 늦어지는 것일 뿐 끝까지 외면하지는 않을 거란 순진한 기대를 한 가닥 품어왔건만, 법무부의 외면과 배반 속에서 제10회 변호사시험 파행에 관한 대책의 위법·부당 여부는 쟁송으로 판단되기에 이른 것이다.

요즘 청년세대를 공정세대라 부르고,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진정한 공정과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 할 만큼 시대는 공정을 강하게 요구한다. 제10회 변호사시험에 관하여도 공정에의 요구와 열망이 시작됐다.

무엇이 답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은 눈을 감아버렸지만, 행정심판위원회마저 눈을 감지는 않기를 바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청구인들을 비롯한 응시자들과 우리 법조계 및 사회의 공정에의 바람을, 진정한 대안을, 재결서에 담아주길 소망한다. ‘공정’, 그것은 형식적 공정이든 실질적 공정이든 절대 간과되어선 안 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투고자는 위 행정심판과 헌법소원을 다른 변호사와 함께 공익소송으로 대리 중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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