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서 내놓은 가상화폐, 페친들 10%만 써도 '대박'

신현규 2021. 3.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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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1위 페이스북, 전자상거래 플랫폼 도전장
페북 가상화폐 '디엠' 출시 땐
이용자 28억명 중 10%만 써도
아마존 버금가는 결제망 형성
이미 '페친' 간 중고거래 운영
페북 전용 결제화폐 활용 땐
향후 기업가치 크게 뛸 수도
각국 의회 반대의견은 걸림돌

◆ MK 인더스트리 리뷰 ◆

2020년 10월 쿠바 바로 위에 있는 인구 40만명의 작은 나라 '바하마'에서 정부 주도의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가 발행됐다. 세계 최초 국가 주도 디지털 가상화폐가 발행된 것이다. 곧이어 중국에서 위안화를 디지털 가상화폐 형태로 전환하는 계획이 속속 진행 중이라는 보도들이 나왔다. 3월 초에는 중국 정부가 쓰촨성 청두에 있는 사람 수만 명에게 70억원가량의 디지털화폐를 지급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유럽에서도 5개년 계획을 통해 유로화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이뤄졌다. 바야흐로 전 세계 국가 중앙은행들이 화폐의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식들을 반기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2019년 6월부터 '리브라'(2020년 12월 '디엠'으로 명칭을 변경)라는 디지털 가상화폐 발행을 추진해 온 페이스북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사용자 28억명가량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를 제공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편의성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8개국(G8)은 대부분 페이스북의 이 같은 움직임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현재 소셜미디어 기능을 통해 여론 형성의 광장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까지 발행한다면 일종의 중앙은행 같은 권력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테판 베르거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마크 저커버그가 중앙은행장이 되게끔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등 전 세계에서 화폐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척되기 시작하면 페이스북에 이득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중국과 화폐 패권을 놓고 다퉈야 하는 미국에 페이스북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이 실제로 화폐를 디지털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속도를 내야 하는데, 마침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이 그런 작업을 추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페이스북은 2021년 내에 '디엠' 프로젝트가 각국의 허가를 받게끔 내부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파이낸셜 헤드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핀테크페스티벌에 참가해 "2021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나라에서 인허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디엠'을 출시하려면 스위스 금융감독당국(FINMA)에서 가상화폐를 활용한 결제시스템 운영사 자격허가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디엠' 가상화폐 지갑인 '노비(Novi)'의 자금 송금 자격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페이스북이 '디엠'의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회사 기업가치 차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 사용자 약 28억명 가운데 10%만 '디엠' 가상화폐를 사용해도 미국 인구(3억명)에 맞먹는 경제권(Economic Zone)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서서히 변화시켜 나간다면 아마존에 버금가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친구나 지역 거주민끼리 중고물품 거래를 알선하는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 거래를 '디엠'으로 가능하게 한 뒤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을 경우 페이스북 매출은 급격히 성장할 수 있다.

현재 페이스북 주가에 '디엠'을 통한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은 반영돼 있지 않은 상태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인허가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디엠'을 주도했던 핵심 인재들이 덩달아 사퇴하면서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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