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생활습관 잡는 게 우선" .. "천번 만번 다시 가르쳐주세요"
코로나19 확산 2년 차,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으로 무너진 생활습관, 학습 결손…. 이제는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생활, 학습습관을 형성하는 초등기 자녀를 둔 부모는 더욱 고민이 깊다.
이러한 부모들을 위해 신의진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박사가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이 운영하는 ‘교육 대기자TV’를 통해 조언을 건넸다.
◇부모와 자녀를 바꿀 ‘마법의 15초’
“공부와 생활습관을 모두 잡으려고 하다가는 전부 놓칠 수 있어요. 잘못된 생활습관부터 바로잡은 다음 공부를 시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규칙의 내면화’가 이뤄지는 초등학생 시기에는 더욱 그렇죠.”
신 교수가 말했다.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면 좋은 학원, 뛰어난 과외선생님을 알아보기보다 생활습관부터 점검하라는 얘기다.
신 교수는 “고쳐야 할 습관을 파악했다면 부모가 봤을 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세 가지만 꼽아 자녀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시간대별로 그 내용을 정리해 개선 여부를 기록해나간다. 자녀가 스스로 습관을 개선했다면 ‘○’, 부모가 시켜서 고쳤다면 ‘△’, 시켜도 하지 않았으면 ‘×’ 표시를 한다. △ 표시 두 개는 ○표 하나로 계산해 하루에 80% 이상 약속을 지켰다면 상을 준다. 단, 중독될 가능성이 큰 게임이나 돈을 거는 방식은 금물이다.
“뭔가를 사고 싶어한다면 돈 대신 토큰을 주세요. 일정 토큰을 모으면 원하는 선물을 사주는 거죠. 이런 식의 보상을 2~3주 정도 하다 보면 조금씩 습관이 개선됩니다.”
문제 행동을 고치는 과정에서 인내는 필수다. 오 박사는 “아이들은 삼세번에 좋아지지 않는다”며 “천번, 만번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자를 수십번 새기다가도 이내 ‘빵’ 하고 터져 버리기 일쑤다. 가시 돋친 말이 입 밖으로 나가는 건 순식간이다. 오 박사는 “감정의 평정심을 잃고 아이를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는 순간, 모든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 두고 보자'는 마음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오히려 분노하고 소리지르며 아이에게 해를 입히죠. 적어도 15초 정도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다 오거나 아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숫자를 세며 감정을 추슬러 보세요. 훈육은 마음에 평정심을 찾고 나서 해도 됩니다.”
◇자녀에게 말할 내용 녹음해보기
전할 말을 미리 연습해봐도 좋다. 이때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들어보면 평상시 본인이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문제의 원인을 물어보는 것도 행동 개선을 이끄는 한 방법이다. “엄마(아빠)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면 너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같은 말로 자녀의 마음 문을 두드려보자.
“생각보다 아이들이 깊이 있게 말을 잘해요. 이 과정에서 아이도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해 나가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오 박사)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부모들은 ‘불안’이라는 감정과도 시도 때도 없이 마주한다. 이때는 감정 자체를 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을 권했다. 본인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오히려 자녀를 다그치고 화를 낼 수 있어서다.
신 교수는 “불안한 마음에 포털사이트에서 답을 찾는 부모들도 많은데, 온라인에 있는 글의 상당수가 상업적인 내용과 연관돼 있어 한번쯤 의심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학교 가면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다 보면 자녀의 좋지 않은 행동이 습관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안 좋게 변한 부분은 어떻게 고쳐나갈지를 온 가족이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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