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만큼 내는 보험, '안전운전 포인트' 적립..손해율 터닝포인트 될까

임아영 기자 2021. 3.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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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년 캐롯손보 '퍼마일자동차보험' 가입자 13만 넘어

[경향신문]

주행 데이터 자동 축적장치 장착 운전습관연계보험으로 본격 변신
안전운전 하면 매월 1만원 상품권…적립 포인트로 보험료 낼 수도

지난해 국내 최초로 ‘달리는 만큼, 매월 후불로’ 내는 자동차보험을 표방한 캐롯손해보험 ‘퍼마일자동차보험’이 출시 13개월 만에 가입자 13만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성장세인데, 다른 보험과는 차별화된 상품구조가 인기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캐롯손보는 안전운전을 하는 만큼 포인트를 지급하는 운전습관연계보험(UBI)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가입자는 포인트로 보험료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사고율과 손해율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중소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의를 진행 중이어서, 캐롯손보의 실험이 실제 사고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주행거리 연동·운전습관연계보험 본격화

지난해 2월 출시된 퍼마일자동차보험은 13개월 만에 13만명이 가입했는데 2012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은 미국 메트로마일이 9년 동안 9만명을 모은 것과 비교될 정도로 빠른 성장세다. ‘퍼마일’은 주행한 만큼 보험료를 낼 수 있어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들 사이에 인기다. 가입자 이모씨(33)는 “주말에 마트 가거나 여행 갈 때 빼고는 주차장에 세워놓는데 늘 보험료가 아까웠다”며 “달리는 만큼 보험료를 계산해준다는 게 합리적으로 느껴져 갈아탔다”고 말했다.

실제 퍼마일보험 계약자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19㎞로 전체 자동차 1대당 1일 평균 주행거리(한국교통안전공단 분석) 39.3㎞의 절반 미만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주로 세워두는 차’를 가진 잠재 수요에 호응했다는 평을 받는다.

매월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시스템도 호응을 얻고 있다. 1년에 한번씩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매월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전체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행거리 측정이 가능한 것은 ‘캐롯 플러그’ 기술 덕분이다. 가입자가 차량전원공급장치에 사물인터넷(IoT) 단말기 ‘캐롯 플러그’를 장착하면 주행 데이터가 자동으로 축적된다. 캐롯손보는 클라우드 기반의 IoT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 플랫폼에서 주행거리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하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즉각 과금되는 체계다보니 필요할 때만 운전하는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고객 후기가 많다”고 말했다.

캐롯손보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운전습관연계보험(UBI)을 본격화한다. 먼저 SK텔레콤과 함께 지난해 12월 안전운전 성과에 따라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퍼마일’ 가입자가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과 ‘캐롯 플러그’를 장착한 뒤 안전운전 기준을 충족하면 월 1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매월 서비스를 받는다면 연간 12만원 혜택으로, 캐롯손보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가 50만원 정도인 점에 비춰 20%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 안전운전과 손해율 하락 다 잡을까

지난 14일부터는 ‘퍼마일’ 가입자들이 안전운전을 하는 만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퍼마일 멤버스’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10㎞를 안전하게 운전했다면 그에 따른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적립 포인트를 모아 보험료를 낼 수 있게 설계됐다.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알람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동안 다른 보험사들도 운전습관연계보험을 시도했지만 ‘비용’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운전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몇 번 밟았는지, 과속을 얼마나 했는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데이터가 실시간 보험사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기계장치 및 통신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주행거리 연동보험도 같은 문제로 많은 보험사들이 가입했을 때와 1년이 지났을 때 계기판의 주행거리 차이를 사진으로 찍어 확인하는 방법에 그쳤다.

기승도 보혐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평균 자동차보험이 70만원인데 장치 비용 등이 10% 정도 든다면 회사가 이를 부담하면서 보험료 할인까지 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캐롯손보는 출시 초기에 혜택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경쟁이 본격화됐을 때도 이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인트를 통한 할인 등이 결국 마케팅 비용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지만 회사 측은 손해율을 줄이는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안전하게 운전하는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떨어지고,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시스템은 운전자의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기 때문에 사고 발생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보험료가 동일한데 손해액이 줄어들면 보험사의 손해율도 떨어진다.

캐롯손보는 앞으로도 더 많은 가입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유인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계는 아직 안정화되지 않는 손해율 수치다. 현재 캐롯손보의 손해율은 130% 정도인데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 78%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월별 보험료를 내는 경우가 많아 수치에 착시효과가 있다”며 “1년치 보험료를 냈다고 가정하면 수치가 80%대로 떨어지고 점차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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