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승리' 땐 국민의힘 대선 동력 확보, '안철수 승리' 땐 제3지대 중심 개편 속도

곽은산 2021. 3. 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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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결과 따라 정치지형 급변
野, 반전의 반전 끝에 단일화 합의
吳 승리 여부에 국민의힘 존폐 달려
최종 당선 땐 윤석열 영입 명분도 확보
합당승부수 띄운 安도 정치명운 걸려
지상파 3사 조사.. '경쟁력'선 吳 우세
吳·安 누가돼도 박영선에 16%P차 앞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서울시장 보선은 여당 대 범야권 후보의 양강 구도로 짜여졌다.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누가 단일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대선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연전연패한 국민의힘은 오 후보의 승리에 당의 존폐가 걸려 있고, ‘합당 승부수’를 띄운 안 후보 역시 이번 단일화 결과에 정치생명이 걸린 상황이다.

오 후보와 안 후보 측 실무협상단은 21일 여론조사 방식과 시기, 문항 등에 대해 최종 합의를 이뤘다. 양측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격론을 펼치며 당초 약속했던 단일화 시한(지난 19일 후보 등록 마감일)을 넘겼지만, 동시에 ‘양보 선언’을 하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합의를 성사시켰다. 지난 19일 단일화 파행 위기 속에 두 후보는 동시간대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상대방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안 후보가 먼저 양보 의사를 내비쳤지만 양측 해석이 달라 협상이 한 번 어그러진 뒤였다. 단일화 난항 책임론에 대한 부담으로 서로 앞다퉈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후보단일화 경선은 초접전이 예상된다.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3개 여론조사기관이 지상파 3사(SBS·KBS·MBC) 의뢰로 20∼21일 진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오 후보 34.4%, 안 후보 34.3%로 불과 0.1%포인트 차였다. ‘경쟁력’ 조사는 오 후보(39.0%)가 안 후보(37.3%)에 1.7%포인트 앞섰으나, 이 또한 오차범위 내(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는 최소 16%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다.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 후보 47.0%, 박 후보 30.4%로 나왔고, 안 후보와 대결에서도 박 후보는 29.9%로 안 후보(45.9%)에 밀렸다. 

늦어도 오는 24일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보선 판도에도 곧바로 지각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오른쪽)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양당 실무협상단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고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하면 국민의힘은 반문재인 세력이 뭉칠 수 있는 구심점으로 거듭나는 등 차기 대선 승리의 든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선호도 1위에 올라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으로 견인할 힘과 명분도 커질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야당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서 윤 전 총장을 끌어안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일화에서 패배한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오 후보를 돕지 않을 경우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은 최근까지 민주당에게 대선·총선 등 전국 선거에서 4연패한 국민의힘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21일 서울 홍대앞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안 후보는 단일 후보 선출 여부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판가름할 ‘도 아니면 모’인 상황이다. 안 후보는 그간 중도의 가치를 줄곧 강조해왔지만 최근 ‘서울시장 당선 후 국민의힘과 합당’ 카드를 꺼내들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단일화 국면에서 수차례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서울시정 공동운영 구상 등 의지를 밝힌 것 또한 ‘마지막 승부수’로 읽힌다.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21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아파트단지를 찾아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돼 최종 승리하는 경우엔 대선 정국에서 야권이 제3지대를 중심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으로선 단일화에서 안 후보 개인에게 패배하는 셈이 된다. 국민의당과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당 존립 명분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고 보선에서 승리하면 보수층에서도 ‘간판만 바꾸는 보수정당으론 안 되겠구나’ 하는 각성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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