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못 뛴 박하나가 '4위의 반란' 최고 공신"
여자 프로농구 ‘4위의 반란’이라 불리는 삼성생명의 우승. 스포트라이트를 듬뿍 받았던 주인공들에게 ‘누가 가장 우승에 공헌했느냐’고 물었다. 서로를 치켜 세워주거나, 윤예빈과 이명관 등 신예들을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바로 지난 1월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돼 플레이오프에서 한 경기도 못 뛴 박하나(31)였다.
박하나는 2008년 부천 신세계에서 데뷔해, 2014년에 삼성생명으로 이적했다. 2015~2019년 동안 5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 2018-19시즌 득점왕을 차지하며 국가대표에도 종종 차출됐다. 2016-17시즌과 2018-19시즌에는 삼성생명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은 맏언니 김한별, 김보미와 한 살 어린 주장 배혜윤, 그 밑 ‘고참 라인 막내’로 정신적 지주를 맡아 왔다.
삼성생명의 주장 배혜윤은 “(박)하나가 가장 아쉽다. 사실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뛸 수 있었던 것도 하나가 몸 부서지며 올려준 거다”라고 했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하며 턱걸이로 플레이오프에 올라왔다. 그는 “플레이오프 한 자리를 두고 저희와 하나원큐와 BNK썸이 다투고 있었는데, 하나가 활약하면서 일찌감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활약이 아니었으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두고 오래 다퉜을 수도 있고, 그러면 감독님이 플레이오프 맞춤형 전술을 실험할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임근배 감독은 리그 1, 2위인 우리은행과 KB스타즈와의 대결을 대비해 플레이오프가 확정된 시즌 막판부터 전술을 시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시즌 불꽃 같은 활약을 보이고 은퇴하는 김보미는 “하나가 수술을 하고 걷기도 힘든 상황인데도 이틀에 하루 씩 코트사이드에 앉아서 소리질러 줬다. 몸이 많이 불편했을 텐데, 힘든 내색 하나도 하지 않고 와서 언니들 토닥여주고, 플레이 잘 안되는 것 있으면 이야기해주고, 어린 선수들이 벤치에서 출전하면 나가고 들어올 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박하나랑 뛰지 못하는 점이 본인 은퇴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하나는 좋은 선수고 미래도 밝으니까 또 우승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하나랑 같이 뛰면서 우승을 할 수 없어서 아쉽다. 같이 뛰고 우승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 MVP 김한별은 “시즌 중반 내가 부상 때문에 경기를 못 뛸 때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시킨 중요한 경기들을 박하나가 전부 이끌어줘서 감사한 마음이 있다. 그 경기들 때문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하나가 우승에 어떻게 공헌했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한별은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의 생각과 코트 밖에서 보는 풍경이 굉장히 다른데, 하나는 그 둘을 전부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뭐가 부족한지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진행되는 박하나의 재활 코스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 팀에 무릎이 안좋은 선수들이 많다. 하나가 매일 아침마다 무릎이 안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재활 운동을 한다. 어린선수들이 무릎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많이 배운다”고 했다.
박하나 선수가 언니들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육성을 들으려 했지만, 눈물이 날 것 같아 문자메시지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600자(字)가 넘는 긴 글을 보내왔다. “나도 언니들만큼 함께 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이 컸다. 미안함 마음도 많았는데, 그걸 알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박하나는 2018-19시즌 리그 베스트 5에 선정됐었다. 그는 “그때 ‘내가 이렇게 상 받을 수 언니들이 노력해준만큼, 나도 뭔가를 꼭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보다 언니들이 더 빛난 자리에 설 수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했다. 또, “누구보다 많이 의지하고 아끼는 우리 언니들이 고참 라인 막내라고 예뻐해주고 많이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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