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대북정책 검토' 마무리 전 한미 이견 좁힐 수 있나

강유빈 2021. 3.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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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 후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외교·안보수장의 방한 직후 한미 양국이 후속 실무 대화에 착수했다. 5년 만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에서 노출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기대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얼마큼 반영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미, 2+2회담 후 협력·정보 공유 부각

'2+2 회담' 다음날인 19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는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협력'을 강조했다. 노 본부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려면 한미 양국의 전략이 완전하게 조율돼야 한다"고 말했고, 김 차관보 대행은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도 이날 "미국이 알래스카에서 개최된 미중 고위급 협의 결과를 우리 측에 공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간 면담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전했다. 미 측은 북한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전문성을 평가하면서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우리 측 의견을 적극 참고하고 계속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북한 문제는 한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방침을 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강조한 것은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방한 기간 드러난 대북 시각차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날 2+2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의 계승 여부를 두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언급을 피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정부가 언급을 삼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제기했다. 향후 대북접근에서 양국 간 세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국은 고위급에 이어 국장급 협의도 진행할 방침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실무 라인의 진용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아시아 31개국과 외교 관계를 총괄하는 동아태 차관보는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북핵 협상을 전담할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주한 미국대사 임명도 감감무소식이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SBS 인터뷰에서 "특사와 대사 등 고위직 인선을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 몇 달 안에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말 대북정책에서 성과를 거두려는 문재인 정부로선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양보해야 대화 가능" 북미 기싸움 계속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방법을 두고도 한미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연일 미국의 선제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김여정·최선희 담화에 이어 이날은 북한 외무성이 나섰다.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를 받는 자국민을 미국에 인도했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 등의 적대시정책 철회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를 대화 시그널로 파악하는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은 섣부른 대북 유인책 활용에 부정적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제재 완화에 열려있으나, 북한이 먼저 원칙에 기반한 비핵화 이행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한미 간 합의 도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그간 나온 주장을 종합해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다음 절차는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정부가 말하는 단계적 접근, 스몰딜과 통하는 측면이 꽤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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