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유일한 지지·관심 "한국인들 감사합니다"

오진영 기자 2021. 3. 2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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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흐닌 쏘씨가 미얀마 독립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사진 = 이이 흐닌 쏘씨 제공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얀마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한국 분들에게 '째주띤바데'(감사합니다)라고 꼭 말해 드리고 싶어요."

미얀마 국적의 이이 흐닌 쏘(29)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어로 꾸준히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가족들이 군부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에 참여하면서 3000㎞ 이상 떨어진 한국에 있는 흐닌 쏘에게도 미얀마 사태는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흐닌 쏘는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언니와 오빠가 무사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울먹였다.

45일째 시위 중인 미얀마에서는 한국인들을 향한 감사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는 것은 한국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지지 시위'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엔 3000건이 넘는 응원 댓글이 달렸고 '미얀마를 도와달라'는 내용의 한국어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10만건을 웃돈다.

"유일한 지지 국가, '대한민국'에 감사합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좌)과 미얀마에서 경희대로 유학을 온 헤이만씨(우)가 12일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오체투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지난 12일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들과 미얀마 대사관 앞 시위에 참여한 헤이만(31)은 "아시아에서 오직 한국만이 미얀마를 위해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헤이만은 용산구 미얀마 대사관부터 종로구 유엔 인권위원회까지 6㎞ 가량을 오체투지로 이동하며 미얀마 군부 독재 중단을 호소했다. 헤이만은 "한국 분들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미얀마를 응원해주고 세계에 사실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재한미얀마청년연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웨 노에 흐닌 쏘(한국이름 강선우)는 수화기 너머로 한국어로 '대한민국'을 또박또박 끊어 말하며 "현지에서도 한국인들에 감동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강선우씨는 한국에서 민주주의 시위가 열릴 때마다 미얀마어로 번역해 SNS에 게시한다. 강씨는 "게시글을 본 미얀마인들은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 '한국만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미얀마에는 원래부터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호감도가 더 올라갔다"고 했다.
국제사회 관심만이 해결책…"5·18 운동은 미얀마 롤모델"
이이 흐닌 쏘는 매일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며 불안함을 달랜다. 이이 흐닌 쏘의 고향 '넨마웃'은 상대적으로 군인들이 적지만 경찰 감시가 심한 편이다. 공무원인 흐닌 쏘의 언니와 오빠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불복종 시위에 동참하면서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이 흐닌 쏘는 "고향이 군인 피해가 가장 큰 양곤 시는 아니지만 경찰들이 많이 배치돼 분위기가 살벌하다"며 "공무원들은 국가에서 지정한 장소에 있지 않으면 잡아간다는데 걱정된다"고 했다. 또 "현지 인터넷 환경이 나빠 연락이 두절될 때도 많다"고 했다.

이이 흐닌 쏘는 미얀마 군부가 유일하게 국제 사회 관심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지난 엿새 동안 최소 100명이 숨지고 집 안에 있던 고등학생이 살해될 정도로 군인들의 폭거가 심한데, 현지 실태가 국제 사회에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도 감명 깊게 봤다"며 "미얀마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반중은 '진행 중'이지만…한국은 '째주띤바데'
이이 흐닌 쏘씨의 고향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 사진 = 이이 흐닌 쏘씨 제공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의 자금원이 중국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반중감정이 고조됐다. 지난 14일 앙곤 훌라잉타야에선 20여개의 중국 투자 공장이 불탔고 한 의류공장에서는 시위대 공격으로 중국인 직원들이 부상을 당했다.

현지 한인회에서는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공장마다 태극기를 배포했다. 이이 흐닌 쏘 씨는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분 못하는 미얀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시위대 사이에서도 '한국 가게나 공장은 건드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태극기를 내거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시위대에게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면 '째주띤바데'란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선우씨도 "미얀마 내 반중감정은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도 "유일하게 우리를 돕는 한국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얀마와 한국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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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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