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하의실종'패션으로 커피마시면 처벌받나
경찰이 지난 18일 낮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짧은 하의를 입고 주문했던 남성을 쫓고 있다.
"한 남성이 검은색 티팬티를 입고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했다"는 신고가 부산경찰청에 112로 접수됐다. 경찰은 CCTV를 통해 남성의 복장을 확인하고 이 남성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남성을 찾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지난 2019년 7월에도 충북 충주, 강원 원주 등에서 '티팬티를 입은 남자가 들어와 업무가 방해됐다'는 커피 전문점 고발에 따라 수사를 통해 해당 남성을 찾았지만 처벌하지 못했다. 경찰이 찾은 그 남성은 티팬티가 아니라 검정 핫팬츠를 입고 매장을 출입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하의 복장과 신발 등이 비슷하다며 부산 커피전문점에 등장한 남성이 2년 전 충추와 원주 커피 전문점에 출입했던 사람과 동일인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 부산 사건도 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업무방해나 공연음란 혐의를 물어 형사적으로 처벌하긴 쉽지 않다.
형법 제314조는 '업무방해'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僞計) 혹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형법상 업무방해는 위계나 위력을 요건으로 하는데 속옷이나 속옷에 가까운 차림으로 가게에 들어왔다고 위계나 위력이란 요건이 충족될 지는 의문”이라며 “게다가 음료를 주문하고 정상적으로 받아 나간 게 전부라면 커피 전문점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공연음란죄 적용도 쉽지 않다. 대법원은 “신체의 노출행위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의 ‘음란행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2003도6514)
이에 따르면 신체 노출 정도로 공연음란죄 여부를 판단할 경우, 단순히 속옷 차림의 활보는 법적 '음란행위'로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티팬티나 핫팬츠를 입은 소위 '하의실종' 상태로 돌아다니는 남성에 대해 공연음란죄로 처벌 할 순 없다.
법원은 알몸에 '성기 노출'이 동반되는 경우 정도에 이르러야 '음란'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행패를 부리던 중 출동 경찰관에 대항해 고속도로 변에서 알몸이 돼 성기를 노출한 경우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하고 그 인식도 있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0도4372)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기 노출이 아닌 티팬티 등 속옷 차림 정도로는 별도의 음란행위가 없다면 공연음란죄가 인정될 여지는 별로 없다. 공연음란죄의 ‘음란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 '과다노출'정도는 검토해 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경범죄 처벌법은 '과다노출'에 대해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충주와 원주에 출몰했던 핫팬츠를 입은 남성도 과다노출로도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남자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활보한다면 죄가 될까?
장소에 따라 다르다.
충주, 원주, 부산에선 남자가 도심 커피매장서 언뜻 속옷으로 보이는 짧은 옷만 입어 논란이 됐지만, 만약 같은 복장으로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돌아다녔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여성용 비키니를 입는다면 불쾌감을 주고 부적절할 순 있지만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선 법적으론 문제삼기 곤란하다.
박의준 변호사(법률플랫폼 머니백 대표)는 “수영복 차림이 당연한 바닷가에선 남자가 여자용 비키니를 입어도 ‘정당행위’로 봐서 죄가 된다고 볼 순 없을 것”이라며 “특별히 다른 음란행위를 하지 않는 한 복장도착을 죄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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