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도 칼바람, 美中 왜 알래스카서 만났나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3. 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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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알래스카 회담]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관계 감안
워싱턴·베이징 중간지대서 회담
미국과 중국 외교 분야 대표들이 19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면대면 회담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간 고위급 면대면(面對面) 회의가 열린 18일(현지 시각). 회의 장소인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 9도, 밤 최저기온은 영하 19도를 기록했다. 앵커리지는 국제 항공 노선의 중간 기착지로 유명하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장소로 쓰이는 일은 드물다. 미국과 중국 고위급 인사가 앵커리지에서 회담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관계를 결정할 중요한 회의를 앵커리지에서 연 이유는 무엇일까. 양국 관계가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인 상황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중국과의 첫 고위급 회담을 미국 영토에서 열어, 미·중 관계의 주도권을 쥔 모양새를 갖추는 측면이 있다.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는 국내 비판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통상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국무장관이 한국·일본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지만 이번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국·일본만 방문했다.

동시에 미국 영토이긴 하지만 워싱턴에서 5400여㎞ 떨어진 앵커리지를 회담 장소로 택해 회담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피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회담을 “고위급 전략 회의”라고 부르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전략적 대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블링컨이 경유지인 앵커리지로 중국 인사들을 부른 모양새도 환대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동시에 파견하며,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방문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국 간 의견 차가 큰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초청해서 응한다는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해 앵커리지 회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앵커리지는 베이징과 워싱턴의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정치국원이 만났을 때도 하와이를 회담 장소로 택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고위급인 양제츠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추운 앵커리지까지 가서 미국 측을 만났다며 ‘성의’를 표시한 점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중국 CCTV는 19일 회담장으로 들어서는 왕이가 양제츠에게 “식사하셨느냐”고 묻자 양제츠가 “컵라면 먹었다”고 답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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