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미끼로 몸 키운 플랫폼들 "유료화"
카카오T의 택시 배차·원격 화상회의 '줌'도 잇따라 요금 부과
점유율 확보한 사업자들, 수익 극대화..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
[경향신문]
내비게이션부터 택시 배차, 원격 화상회의까지 그동안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플랫폼들이 최근 잇따라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 사업자들’이 이 같은 흐름에 앞장서면서 소비자가 치러야 할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체들이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얻은 시장 지배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2일 내비게이션 앱 ‘티맵’의 데이터 무료 혜택이 오는 4월19일 0시부로 종료된다고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자사 가입자들에 한해 티맵 사용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정책 변경에 따라 다음달 19일부터 SKT 이용자들도 티맵 이용 시 데이터가 차감되고 이에 따른 데이터 이용 요금이 부과된다. 티맵모빌리티 측은 지난해 SKT에서 분사하며 티맵 서비스 제공 주체가 이관된 것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무료 혜택이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무과금’ 정책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티맵 측은 “서비스 자체가 유료화되는 건 아니다”라며 고객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48MB)의 2배에 해당하는 100MB를 6개월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티맵이 사실상 유료화에 나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티맵은 2016년부터 타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도 서비스를 무료 개방하며 이용자를 확대했다. 현재 티맵의 월간 사용자 수는 1300만명,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이번 정책 변경으로 특히 내비게이션 이용 시간이 긴 택시 운전자나 운수업 종사자 등 생업에 꼭 필요한 사용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앱 ‘카카오T’에서 그동안 택시 기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콜서비스를 부분 유료화했다. 카카오T가 최근 출시한 ‘프로 멤버십’은 택시 기사가 월 9만9000원을 내면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확인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사가 특정 장소로 이동할 때 해당 장소의 호출 목록을 빨리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콜이 많은 곳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 카카오와 갈등을 빚고 있는 택시업계는 이번 서비스가 호출 중개 서비스를 유료화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가 타다와 우버 등 경쟁 서비스 가맹택시 업체들에 ‘유료 제휴’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 택시 호출앱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증한 화상회의 플랫폼 ‘줌’도 오는 8월부터 교육기관에 제공해오던 줌 무제한 사용 정책을 종료하고 유료로 전환한다. 줌 운영사는 그동안 기업체와 달리 초·중·고교 등에는 회의 시간과 참여 인원에 관계없이 무료 이용을 허용해왔지만, 8월부터는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플랫폼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왔던 소비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공짜’를 미끼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용 빈도가 높은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비용이 소액이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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