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백기투항..'역풍' 우려한 오세훈도 막판 양보

장나래 2021. 3. 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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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안 후보가 이날 오전 "김 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자 모든 요구 수용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한 곳은 적합도, 다른 한 곳은 경쟁력을 물어 합산하는 방식으로 조사하되, 안 후보 쪽이 요구했던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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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보궐선거]삐걱대던 오-안 단일화 새 국면 진입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기 전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상대방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두 후보의 막판 선언으로 막혀 있던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안 “이제 만족하시냐?”…오 “내가 바보같이 양보”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경쟁력과 적합도 합산 조사 방식과, 유선전화 조사 10% 안을 수용하겠다.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백기투항’이다. 앞서 안 후보가 이날 오전 “김 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적합도 여론조사를 포함하느냐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자 모든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이어 “저는 마음을 비웠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후보 두 분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하겠다”며 “이제 만족하시냐”고 했다. ‘시간은 우리편’이란 태도로 자신을 벼랑끝으로 몰아붙이는 오 후보 쪽의 고압적 협상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안 후보의 두번째 기자회견이 열리던 시각, 오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지만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 받아들이겠다. 이 결정은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안 후보쪽이 선호하는 경쟁력 조사에 자신들이 요구한 적합도 조사를 합산하되, 그동안 안 후보 쪽이 강하게 반대해온 ‘유선전화 조사 포함’ 요구를 거둬들인 것이다. 자신의 ‘희생’과 ‘대승적 양보’ 강조했지만, 안 후보를 궁지로 몰고간 협상태도가 불러올지 모를 ‘역풍’을 의식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보해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많다는 계산

두 후보가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상대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데는 ‘양보의 모양새를 갖춰 호감도를 높이겠다’는 동일한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호하는 룰을 포기해 입게 될 여론조사 수치의 손실보다, 희생하고 양보했다는 이미지를 구축해 얻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일화 무산에 대한 우려가 야권 지지층 안에서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어느 한쪽이 ‘무산될 뻔한 단일화를 통 큰 양보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단일화의 과실’도 함께 가져가게 될 공산이 크다고 봤다는 얘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면담을 하기 위해 국회 본관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실로 향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물론 ‘초조감’과 ‘절박성’은 안철수 후보 쪽이 훨씬 컸다. 단일화 시기가 늦춰질수록 야권 지지층의 선호는 ‘제1야당 후보’라는 상징성에 지지율 상승세까지 탄 오 후보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안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는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시기를 앞당기는 것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쪽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협상에 어떤 진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말 동안 진행된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월요일인 22일 일제히 공개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오 후보 쪽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지금까지의 흐름대로라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안 후보가 속수무책으로 ‘고사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당기려는 안…늦추려는 오

두 후보의 ‘톱다운식’ 결단으로 단일화 협상의 최대 난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았지만, 상황을 전적으로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두 후보가 ‘양보 선언’을 경쟁적으로 벌이고도, 정작 이날 실무협상은 재개되지 않았다. 여론조사 방식은 안 후보가 오 후보 쪽의 ‘적합도 조사 50% 포함’ 요구를 받아들이고,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요구한 ‘무선조사 100% 합산’을 수용해 양쪽이 ‘하나씩 주고받는’ 모양새로 타결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여론조사 시기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언론사들이 주말 여론조사 결과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전인 20~21일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22일에 단일후보를 발표하자는 쪽이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오 후보 쪽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국민의힘 실무 협상 대표인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국회를 떠나면서 “내일도 (실무협상은) 힘들다”고 했다. 선거운동 개시일(25일) 전에만 단일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계산으로, 여론조사 시기를 최대한 늦춰보려는 속내가 읽힌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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