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재승인 조건 또 어기나.."사외이사 졸속 선임" 비판

김효실 2021. 3.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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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승인 조건인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날치기·졸속 논란
노조 "경영진 불법행위 재발 감시 가능성 차단돼"
사쪽 "사외이사 선임은 시청자위 권한" 해명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선임과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엠비엔의 방송사업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사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조건을 포함한 바 있다. 사외이사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향후 엠비엔이 재승인 조건을 지켰는지 점검받을 때 쟁점이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엠비엔지부(이하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엠비엔 사옥 앞에서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엠비엔 시청자위원회 위원 일부도 참여했다.

노조와 일부 시청자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시청자위원회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사쪽의 ‘공문’이 전달됐다. 3일 뒤에 열릴 예정인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뽑을 사외이사를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일부 시청자위원은 “시간이 촉박하다” “사외이사를 뽑는 규정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엠비엔 시청자위원회는 사쪽 추천 6명, 노조쪽 추천 5명으로 사쪽 추천이 절반을 넘는다. 지난달 25일 열린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다수인 사쪽 추천 시청자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사외이사 선임을 강행하자, 노조 추천 시청자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그 뒤 사쪽 추천 시청자위원들은 신용섭 전 <교육방송>(EBS) 사장을 단독 후보로 내세워 최종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성명에서 “사쪽은 갑작스러운 공문 한장을 통해 노조 추천 시청자위원들의 정당한 심의 권한을 박탈했다. 이로써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 불법행위의 재발을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됐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을 재승인 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공공성 책무를 져야 하는 방송사업자로서 엠비엔의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엠비엔은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 차명 충당 등의 불법행위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1심에서 경영진 일부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반영돼 지난해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평가 총점 기준점수(650점)에 미달하면서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 요건에 해당했다. 방통위는 최종적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엠비엔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투명성 방안 등 추가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인 점, 재승인 거부 시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노조는 “방통위가 엠비엔에 부과한 17가지 재승인 조건들의 핵심은 단순하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대주주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를 만들라는 것”이라면서 “사측은 (6개월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마자 마치 면죄부라도 받은 양 재승인 조건들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엠비엔은 조건부 재승인 의결을 받은 뒤 6개월 업무정지 처분 및 사장공모제를 실시하고 종사자 대표를 심사위원에 포함하도록 한 조건 등에 대해 불복 소송을 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은 불법경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견제하라는 재승인 조건인데, 결국 사쪽에 유리한 인사를 선임한 게 아닌가 싶다. 방통위가 재승인 조건으로 내건 걸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거부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엠비엔은 사외이사 조건과 관련해 방통위에 이행 실적을 매년 두 차례 제출해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엠비엔이 (이달 말에 이행 실적) 자료를 제출하면 적법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비엔 사쪽 관계자는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시청자위원회는 엠비엔과 별도로 독립된 기구이기 때문에 사쪽에서 관련 사안에 공식 코멘트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한 한 사쪽 추천 시청자위원은 <한겨레>에 “엠비엔 주주총회 전에 사외이사를 뽑아야 해서, 시간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2월에 (사외이사 선임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쪽에 유리한, ‘무늬만 사외이사’인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시청자위원)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추천 시청자위원은 “(사쪽 시청자위원들에게) ‘모든 시청자위원이 다시 모이기 어려우면 3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를 당겨서 열면 된다, 주주총회 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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