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수년간 고문헌 찾고 발품 팔아 완성한 '만두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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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떡국에 넣어 먹는 김치만두.
만두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비싼 곡물이었고, 한반도 기후와 토질에 적합하지 않아 평안도·황해도·경상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농사가 가능했던 탓이다.
저자는 "중동에서 실크로드와 중국 우루무치(烏魯木齊) 지역을 통해 들어온 밀에 고기를 넣어 까다로운 제분 기술로 만들어야 하는 만두는 중국에서도 한동안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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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 박정배 지음 | 따비
설날 아침 떡국에 넣어 먹는 김치만두. 중국 음식점에서 고추 잡채와 함께 먹는 꽃빵. 단팥 소가 들어간 일본 만주. 이름도, 식재료도 다르지만 이들 음식의 뿌리는 같다.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동북아시아의 ‘찌고 삶는 조리법’에 ‘발효 기술’이 결합한 만두의 역사를 한·중·일 3국의 문화사와 교차해 살펴본다. 고문헌과 사료 검토는 물론 수년간 발품을 판 현장 취재를 통해 ‘만두 삼국지’를 펼쳐 보인다.
책에 따르면 우리 역사에서 만두가 최초로 나오는 기록은 충혜왕 4년(1343)의 ‘고려왕조실록’이다. 당시 기록은 ‘어떤 사람이 궁궐 부엌에 들어가 만두를 가져가자 왕이 노하여 도둑질했으니 즉시 죽이라고 명하였다’고 전한다. 송나라·원나라 사람들이 고려 개성에 들어오며 유입된 만두가 이처럼 ‘살벌한’ 모습으로 한민족사에 등장한 것은 만두가 매우 귀한 음식이었음을 방증한다. 요즘 만두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사이드 메뉴’지만 고려 말에서 조선 말기까지는 양반들이 즐기던 고급 음식이었다. 만두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비싼 곡물이었고, 한반도 기후와 토질에 적합하지 않아 평안도·황해도·경상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농사가 가능했던 탓이다. ‘생선살을 얇게 저며 소를 넣고 삶은 것으로 물만두 형태에 가까운’ 어(魚)만두는 궁중에서 먹던 최고급 ‘변형 만두’였다. 저자는 “중동에서 실크로드와 중국 우루무치(烏魯木齊) 지역을 통해 들어온 밀에 고기를 넣어 까다로운 제분 기술로 만들어야 하는 만두는 중국에서도 한동안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고 말한다.
19세기 후반 임오군란 때 서울에 주둔한 청나라 군대를 따라 중국식 만두 식당이 서울에서도 영업을 시작하며 ‘외식 음식’으로 자리 잡은 만두가 대중화된 시기는 1960년대다. 당시 정부는 도시 인구 급증으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밀가루 소비를 권장하는 ‘분식 장려 운동’을 펼쳤다. 화교들이 짜장면과 만두를 대중 외식으로 선보이고, 보건사회부가 보급한 분식 조리법을 참조한 분식집이 곳곳에 문을 열면서 만두는 명실상부한 국민 음식이 됐다.
일본인들이 라멘에 곁들여 먹는 ‘교자(餃子)’의 발음상 기원이 한국인이라는 주장도 흥미롭다. 마늘이 듬뿍 들어가고 발효를 하지 않는다는 교자는 중국의 ‘자오쯔’가 변형된 만두인데, 일본인들은 교자를 일본식으로 ‘교코’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처럼 ‘교자’라고 발음한다. 저자는 “1930년대 만주에는 조선인·중국인·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는데 조선인들의 영향을 받아 일본사람들도 교자라고 발음하게 된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처럼 만두를 통해 동북아의 역사를 담아낸 책은 “우리가 먹는 만두는 우리가 알던 만두가 아니다”라며 “만두는 3국의 사회경제적 바탕 위에 각기 다른 문화로 분화·발전한 음식”이라고 강조한다. 408쪽, 2만5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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