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 군 장병 두발 완화..'차별 철폐'냐 '기강 해이'냐

육·해·공군 변화 움직임..해병대는 "필요성 낮다"
장병 인권 개선 평가..일각선 軍 기강 해이 지적

[편집자주]'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4일 대구 북구 육군 제50사단에서 열린 2020년 첫 현역병 입소식에서 입소하는 현역병이 손을 흔들고 있다. 2020.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최근 육군 내 장병 두발 규정 완화와 관련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두고 장병 '인권 개선'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 등이 나오고 있다.

19일 육군에 따르면 육군은 현재 '간부 표준형'과 '스포츠형(운동형)' 등 2개의 두발 규정을 두고 간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병사에게는 상대적으로 짧은 스포츠형만 허용하고 있다. 스포츠형의 경우 앞머리·윗머리 3㎝, 옆머리·뒷머리 1㎝가 원칙이다.

이달 초 육군은 설문을 통해 장병을 대상으로 앞머리는 눈썹 위 1㎝까지, 윗머리는 5㎝까지 기르되 옆머리·뒷머리·구레나룻은 0.3~1㎝로 유지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기존 안보다 앞머리와 윗머리의 길이 제한이 상당 부분 완화된 규정이다.

군인이 머리를 짧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위생 관리와 부상 시 치료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전시 상황 속 긴 머리는 방해가 될 수 있다.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군대인만큼 평시에도 짧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장병과 함께 훈련을 진행하는 간부의 머리는 상대적으로 길고 자유로워 계급에 따른 군 내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는 2020년 상반기 '두발규정' 관련 인권침해 상담이 총 34건 있었다며 간부와 장병 간 두발 차별을 완화할 것을 각 군에 권고했다.

해군의 경우 이 같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지난해부터 장병 두발 규정 완화를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장병의 두발 규정을 남자 간부와 동일하게 표준형과 스포츠형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 내에선 장병들의 두발 규정 완화가 훈련 성과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개정안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아직 개정안이 통과된 건 아니지만, 현재 적용되는 규정과는 다르게 해군 장병들의 윗머리 길이는 타 군에 비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선 혹시나 장병이 바다에 빠졌을 경우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구출해내기 위해서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공군 역시 두발 규정 완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공군은 현재 다양한 군 내외 의견과 인권 영향성 평가 등을 고려해 간부와 장병의 두발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군 장병의 인권이 개선되고 있는 징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간부와 장병 간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사안인 만큼 위계에 따른 '차별'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지휘 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군 내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한편에선 이미 군 내 두발 규정이 '사문화'된 만큼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단위로 두발 길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군 내에선 장병의 머리 길이를 자로 잰다든지 하는 경우는 드물고 간부가 눈으로 용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이에 오히려 간부에 밉보인 장병이라든지, 부대 내 차별을 당하는 장병을 괴롭히는 용도로 두발 규정안이 악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군 내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입대를 앞둔 20대와 현 장병들은 대부분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해병대는 내부적으로 두발 규정안을 검토하긴 했지만, 현행안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해병 관계자는 이러한 결정을 두고 해병의 경우 실제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두발을 병사만큼 짧게 유지하고 있어 "(규정 변화의) 필요성이 낮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군마다 각자의 사정과 판단에 맞게 두발 규정을 다르게 운용하는 만큼, 군 외부에서도 숫자나 단위보단 실제 속사정과 내부 환경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물론 불합리한 차별이 없는 선에서 말이다.

carro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