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하노이 같은 기회 안 준다"..요원해진 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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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본격적으로 대미 관련 입장을 연속으로 발표하며 지난 1월 노동당 대회를 통해 확정된 대미 정책의 구체적 기조가 조금씩 확인되는 모양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인 18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장문의 비난전을 펼쳤다.
따라서 대미라인의 핵심 실무자인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북한이 새 대미정책을 확정한 뒤 공식적으로 나온 첫 대미 담화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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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미 관련 입장을 연속으로 발표하며 지난 1월 노동당 대회를 통해 확정된 대미 정책의 구체적 기조가 조금씩 확인되는 모양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인 18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장문의 비난전을 펼쳤다.
이번 담화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지난 16일에 나온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 이후 이틀 만에 나온 담화다.
다만 김 부부장의 담화가 대남 비난에서 미국을 '슬쩍' 언급하는 수준이었다면 최 제1부상의 담화는 온전한 대미 담화의 성격으로 발표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8일 새벽에 이를 발표하며 미국 시간에 맞춰 17일 자로 발표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당 대회에서 미국에 대해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제시한 뒤 2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외사업부문의 활동방향을 '명백히 찍어줬다'는 것이 북한 매체들의 보도였다.
따라서 대미라인의 핵심 실무자인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북한이 새 대미정책을 확정한 뒤 공식적으로 나온 첫 대미 담화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최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제시된 과제의 핵심은 역시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다. 한미 연합훈련의 폐지, 각종 대북 제재의 철회는 모두 이 적대시 정책 철회의 세부 사항인 셈이다.
이는 기존에 북한이 요구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이번 담화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의 비핵화 협상 방식을 버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언급들이다.
최 제1부상은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있다"라고 미국을 비난했는데 이는 반대로 자신들이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향후 비핵화 협상의 방식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언급으로 볼 수도 있다.
김정은-트럼프 시대의 비핵화 협상은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양측의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따라 협상의 향방이 크게 좌우됐다.
당초 이 방식이 북한의 특성에 더 잘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협상의 '우위'에 있던 미국이 협상 결렬이라는 선택을 하면서 북한에게 악수로 돌아갔다.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대외 행보를 선전하며 나섰던 정상외교에서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며 최고지도자의 '존엄'에 금이 가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최 제1부상의 담화를 기점으로 북한이 앞으로는 탑 다운이 아닌 실무협상 방식의 비핵화 협상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담화에서는 또 "미국이 즐겨 써먹는 제재 장난질도 우리는 기꺼이 받아줄 것"이라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뉘앙스의 유보적이고 여유 있는 태도로 엿보였다. 대북 제재 철회를 외쳤던 과거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아울러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지를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지난 2017년 자체적으로 선언했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이 골자인 '모라토리엄'의 철회가 예상되기도 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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